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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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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1 23:03:25 수정 : 2021-11-21 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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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까지는 본고사와 예비고사, 1981년엔 예비고사, 이후엔 학력고사를 치러야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국·영·수가 아닌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교과서가 닳을 정도로 암기하는 건 기본이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 통합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93년(9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됐다. 시행 첫해 8월과 11월 두 차례로 진행됐지만 난도차가 커 말이 많았다. 94학번을 ‘저주받은 학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듬해부터 수능이 다시 한 차례로 바뀌었지만 공교육 황폐화와 재수생 양산, 사교육 팽창이라는 부작용은 여전하다. 문재인정부는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받던 수시전형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정시는 사교육에 ‘올인’하는 고소득층과 수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이 7차 교육과정 이후 최고 ‘불수능’이라고 아우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2년간의 수업결손을 간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난도 논란은 매년 되풀이되는 교육당국의 숙명이다. 불수능은 “지구인이 풀 수준이 아니다”라는 조롱도 받는다. ‘물수능’은 수학, 국어 등의 만점자가 속출하면서 한 문제 차이로 좌절을 맛본다. 실력 아닌 실수를 받아들이기 힘든 학생들은 반수나 재수에 나선다.

영국 BBC는 수능을 “세계에서 가장 힘든 시험 중 하나”라고 했다. 한 고3 여학생은 인터뷰에서 “12년간의 학창시절을 수능을 위해 보낸다”며 “한국의 ‘10 to 10’을 아느냐.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 있는 것을 말한다. 가장 힘든 것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BBC는 세 학생의 수능 100일간 시험준비과정을 들여다보며 “수능은 대학 입시와 직업은 물론 미래의 인간관계까지 결정한다”고 표현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쳤다. 그런데도 달라진 건 없고, 교육현장의 ‘원성’만 높아지고 있다. 교육정책은 국가 장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한다. 학생들을 위한 대입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인생은 결코 성적 순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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