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 사흘째 80%↑
앞으로 약 3주 확진자 지속 증가 예상되지만
정부 “‘위드 코로나’ 중단할 정도 아냐” 고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이 20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신규 확진자 수와 병상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사흘 연속 3000명대를 기록했고 서울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사흘째 80%를 넘겼다. 이처럼 방역 관련 수치가 연이어 위험수위를 넘나들자 일각에서는 위드 코로나 중단을 고려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확진자·위중증 환자·중환자 병상 가동률 일제히 ‘껑충’
1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303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7일 이후 사흘째 3000명대 확진자 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 수도 사흘 연속 500명 안팎을 기록했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499명으로 지난 17일 522명과 18일 506명보다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병상 가동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날 오후 기준 서울 중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80.3%로 사흘째 80%대를 이어갔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8.2%에 달했다. 전국 병상 가동률은 63.6%다. 수도권 병상 부족이 현실화하며 병상 대기자도 급격히 늘었다. 전날 0시 기준 전국 병상 배정 대기자는 423명이다. 지난 3일까지 한 명도 없던 대기자는 지난 12일 116명으로 100명을 넘긴 이후 일주일 만에 400명대가 됐다.
◆전문가 “현장 이미 고비… 위드 코로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상황이 나빠지자 일각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정부가 제시한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논의 기준인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 75% 이상’을 5일째 초과하는 등 일부 지표가 비상계획 논의 기준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병상 가동률 문제는 이미 고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위드 코로나를 유지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라는 의견이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는 “정부의 위드 코로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라며 “어느 나라도 고정된 수의 병상을 확보해 코로나19 환자 보라고 하지 않는다. 이 경우 늘어나는 확진자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의료진이 없어 환자를 못 받고 있는데 정부는 어떠한 대책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확진자 추이나 위중증 이환율은 관성이 붙어 비상계획을 내려도 즉시 줄지 않는다”며 “인력은 한정돼 있다. 현장에서는 지금의 위중증 환자 수보다 절반 남짓 늘면 대응하기 힘들다고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병상 가동률이 오를 때마다 준비해야 할 것을 정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위중증 환자를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잿빛 전망에도 “위드 코로나 중단할 정도 아냐”
정부도 당분간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들어 3000명대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이동량이 많아지면서 환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환자가 줄어들 요인은 없다. 다시 말씀드리면, 환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3주 정도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요양병원, 요양시설, 정신병원에서 오는 26일까지 추가접종을 완료하는데 접종 후 14일이 경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10일 이후는 돼야 고령층 확진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중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비상계획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종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위중증환자 증가는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중심으로 고령층이 감염이 많은 게 문제”라며 “수도권의 총 유행 규모가 증가하면서 위중증환자가 증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귀하는 방법은 문제 해결에 적합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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