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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본선에 나서 정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2005년 8월 공직선거법에 경선불복 금지 조항이 신설되면서 불가능해졌다.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 전 의원의 이름을 딴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이다. 정당이 경선을 하면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해당 선거의 본선)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법에도 불구하고 대선 때마다 불복 시비가 반복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무효표 처리를 놓고 불복 논란을 벌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국민의힘이 뒤숭숭하다. 홍준표 의원은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한 뒤 “깨끗이 승복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실제 행보는 영 딴판이다. 플랫폼 ‘청년의꿈’을 만들어 독자행보에 나선 그의 입은 거칠어지며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홍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에 “선대위 참여를 강요하는 것 자체도 부당한 횡포”라고 썼다. 최근 자신의 집을 직접 찾아 선대위 참여를 종용한 이준석 대표 등을 겨냥한 것이다.

홍 의원은 며칠 전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를 미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대답 불가”라고 답했다. “이번처럼 ‘막장드라마’ 같은 대선은 처음 겪는다”고도 했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가 “그런 표현을 지속하면 좀 곤란하다”고 경고를 보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홍 의원은 대선 경선에 나서며 분명히 “마지막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는 ‘2027년 대선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딴소리를 한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는 승자를 돕는 것이 정당정치이고 민주정치이다. 사실상의 경선 불복인 홍 의원의 ‘독고다이’ 행보는 그에게 지지를 보낸 청년층의 기대와 가치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어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홍 의원은 몽니를 부리고 있고, 유 전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대위 참여가 정 내키지 않는다면 유 전 의원처럼 잠자코 있는 게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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