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에서 사랑을 했네
하늘의 흰 무릎이 내려와
땅의 더러운 무릎에 닿았네
간지러워 나무들은 재채기했네
가슴이 부끄러워 두 개의 언덕으로 솟아났네
놀라서 구름은 달아나고
아름다워서 웃음이 흩어졌네
아아 너무 웃어 비가 내리네
하얗고 더럽고 무서운
알몸으로 나는 쏟아졌네
흐르는 별들처럼
밤의 깨진 술병 속으로
얼굴 위로
텅 빈 옷걸이들 흔들리네
-계간지 ‘문학동네’(2021년 가을호) 게재
●진은영 시인 약력
△1970년 대전 출생. 2000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 매일’, ‘훔쳐가는 노래’ 등이 있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현대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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