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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사태서 악재로 작용한 유럽의 자유주의

입력 : 2021-11-20 02:00:00 수정 : 2021-11-19 1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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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메디치미디어/1만8000원

오래된 유럽/김진경/메디치미디어/1만8000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자 유럽과 아시아의 상황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아 유수의 국가들은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다. 반면 유럽의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며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유럽 각국의 정부들은 적기에 방역정책을 내놓지 못했고, 개인은 방역으로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서구 사회의 산물인 자유주의가 팬데믹 사태에서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신간 ‘오래된 유럽’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럽에서 생활했던 저자가 아시아인의 관점으로 당시 유럽의 모습을 진단한 책이다. 과거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제국주의로 세계를 제패했던 유럽의 국가들이 팬데믹을 기점으로 흔들리는 실태를 조명한다.

저자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인용해 서양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을 분석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동양은 비합리적이면서 비과학적이고, 전제군주가 지배하는 억압적이고 신비로운 곳이다. 이런 일방적 시선에는 목적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동양과 대조적인 의미에서 서양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곳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는 동양에 자유를 전파하고 해방시킨다는 목적 아래 식민주의를 합리화한다는 게 사이드의 주장이다.

저자는 ‘성인 유럽’과 ‘아동 아시아’라는 낡은 프레임이 더 이상 그들을 발전적 모델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꼬집는다. 서구는 팬데믹이 터진 뒤 아시아의 방역대책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편으론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권위적 정부에 순응하기에 가능한 방식이라는 꼬리를 달았다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팬데믹 대응에 미숙한 측면이 있지만, 민주주의 시스템하에서 개인의 자유가 이상적으로 실현되는 곳은 여전히 유럽이라는 우월감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시각이 개인주의에 기반한 방역모델로 발전하기보다 타자화를 통한 혐오나 차별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가 동양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며 온갖 추측과 타자화가 일어났다. ‘박쥐 먹는 중국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동양인으로 추측 가능한 외모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에 급급했다고 책은 비판한다.

저자는 이런 인식의 원인 중 하나로 교육을 꼽는다. 유럽의 교육과정에는 아시아의 역사나 언어가 거의 포함되지 않아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아시아에 대해 갖게 되는 단상은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중국의 무술영화, 일본과 한국의 전자제품, 북한 독재자에 대한 뉴스 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유럽식 교육에 허상이 가득하다. 한국과 달리 경쟁을 유도하지 않고 원리를 파헤치는 식으로 쉽게 간주하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에 있어서 유럽식을 무분별하게 추종하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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