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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공포가 만든 지옥…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입력 : 2021-11-18 19:51:49 수정 : 2021-12-08 11: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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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6부작 19일 넷플릭스 공개

지옥의 사자들이 공개처형을 시작하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공포는 점점 커져가고
이 상황을 악용하는 사이비 종교와
신의 스피커를 자청하는 인터넷 방송
세상은 지옥과 다름없이 변해가는데…
‘부산행’ ‘방법’ 연상호 감독의 새 시리즈
‘오징어 게임’ 돌풍 이어갈지 주목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 19일 공개된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OTT 섹션에 초청된 ‘지옥’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뿐 아니라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 10월 BFI 런던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증명해, 넷플릭스에서 공전의 히트를 한 ‘오징어 게임’의 선전을 이어갈 작품이 될지 주목된다.

‘지옥’은 총 6부작(302분)으로 1∼3화와 4∼6화가 내용상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된다. 그래서 3화와 6화 마지막에는 각각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반전이 그려진다.

◆일상을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지옥’

지옥의 사자들로 불리는 괴생명체 무리가 나타나 한 인간을 죽인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통지받았다. 처참한 살해장면은 영상으로 남아 온라인에 공유된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현장에는 피해자의 흔적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이후 초현실적인 존재가 행하는 공개 처형이 반복되고 시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공포는 인간을 조종하는 가장 쉬운 수단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신의 심판이라고 설파하는 ‘새진리회’의 정진수(유아인) 의장은 이 같은 공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사건의 희생자들은 모두 죄를 지은 악인이며 인간이 하지 못한 정의를 신이 집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의 의도를 ‘너희가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며 공포가 인간을 참회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4년 후 세상은 정진수 의장이 설계한 데로 변해있다. 불가사의한 존재가 행하는 지옥 집행은 계속되고, 이는 모두 신의 뜻이자 저지른 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새진리회의 주장이 세상을 지배한다. 지옥행 선고를 받은 이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마저 죄인의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새진리회를 등에 업고 무분별한 폭력을 행사하는 단체 ‘화살촉’은 세력을 더욱 불려 마치 자경단처럼 군림한다.

간신히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이미 지옥과 다름없다. 새진리회의 새 의장인 김정칠 목사가 주관하는 지옥 시연, 즉 죄인으로 불리는 이가 지옥의 사자들에게 살해되는 방송은 전국 시청률이 80%에 육박한다. 신의 메시지를 해석할 독점적 권리를 가진 새진리회에 반대할 세력은 남아있지 않다.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새진리회’ 창시자를 연기한 유아인(오른쪽)과 방송국 PD 역할을 맡은 박정민.

그런 가운데 참담한 현실 속에 불만을 품고 살아가던 방송국 PD 배영재(박정민)는 딸이 태어나자마자 지옥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민혜진(김현주) 전 소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죄가 있을 수 없는 신생아가 선고받았다는 점을 이용해 새진리회에 반격할 기회를 엿본다.

비현실적인 존재로 일상을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 ‘지옥’은 판타지와 현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다. 공포로 현실감각이 마비된 인간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사적 폭력이 정당화되고 법률과 시스템은 무시된다. 사이비 종교를 통해 다른 인간들 위에 군림하려는 자가 등장하는 한편, 신의 스피커를 자청하는 인터넷 방송인이 사람들을 선동하며 인기를 얻는다. 언론은 여론에 치우쳐 검증을 포기한 채 자극적인 소재를 쫓기 바쁘다.

◆판타지 아닌 현실에 그려낸 지옥도

연상호 감독이 그려낸 지옥도는 작품 속에서 판타지가 아닌 현실 영역에 그려진다. 죽음을 예고하는 천사, 지옥에서 온 사자 등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된 것들은 모두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상징하는 소재에 불과하다. 과학적으로 규명이 어려운 혹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넘어서는 무언가로 인해 이렇게나 쉽게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그려낸 근원적 공포이자 지옥이다.

‘지옥’은 이런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온갖 사회 부조리를 때려 넣었다. 사이비 종교, 인터넷 가짜뉴스, 심신미약·미성년 범죄 등은 이미 우리 주위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연 감독은 무언가를 계기로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선을 넘거나 폭주한다면 우리 사회가 과연 버텨낼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 스릴러 영화의 장르적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파격적인 소재와 과감한 CG의 활용 등은 기존 한국 드라마의 틀을 깨는 시도로 다가온다. 다만 시리즈물로는 6부작으로 짧고, 고어 스릴러물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이야기 전개가 다소 느슨하다. 특히 초반 회차에서 흡인력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OTT에서 서비스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다음 회차를 궁금해하도록 만들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만큼 해외 우수 작품들과 비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CG나 연출에서도 아쉬운 장면들이 보인다. 천사, 지옥의 사자 등 CG는 품질도 좋은 편이 아닌 데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줘야 할 지옥 집행 장면들이 밋밋하거나 극적이지 않다. 예를 들면 배영재 PD의 선배가 낚시터에서 지옥의 사자들로부터 물 위로 끌려다니며 죽임당하는 장면은 ‘전설의 고향’ 등 고전 공포물에서 본 듯한 연출 같았다. 그 외 도심 곳곳에서 수차례 반복되는 지옥 집행 장면 역시 대부분 비슷해서 보는 재미를 떨어트린다.

작품 속에서 형사, 사이비 교주, 인터넷 방송인 등 여러 직업이 등장하는 가운데 지나치게 통속적인 캐릭터 설정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특히 화살촉을 추종하는 인터넷 방송인은 형광 도료로 얼굴을 칠하는 등 지나치게 세기말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작품의 전반부를 이끌어가는 유아인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박정민 배우의 캐릭터를 넘어서는 연기력은 단연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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