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에 숨진 김경은 씨 어머니 엄중처벌 호소

“언제까지 윤창호, 김경은이 나와야합니까. 사고 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무엇이 바뀐 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달 새벽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다 음주운전 뺑소니 차량에 치여 사망한 김경은(22)씨의 어머니 전하늘씨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가해자에게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했다”며 “아무 잘못도 없이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서 2017년 대전의 한 사립대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한 경은씨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달 7일 새벽 학교 인근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함께 일한 동료와 여느 때처럼 걸어서 집으로 가던 경은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자는 경은씨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나 4㎞ 가량을 도주한 뒤 인도 화단을 들이받고서야 광란의 질주를 멈췄다. 당시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스스로 용돈을 벌겠다며 늦은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았던 딸이었다”며 “그 날도 택시비 아끼겠다고 걸어가다 그런 사고를 당했다”며 애통해했다.
경은씨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갈 때 항상 전씨와 통화했다. 그 날 전화는 왠지 느낌이 달랐다. 그 길로 김해에서 대전으로 출발한 전씨는 대구를 지날 때 경은씨의 사망 연락을 받았다.
케이터링 디렉터를 꿈꾼 경은씨는 외식학과가 유명한 대전의 사립대로 진학했다. 재학 내내 와인소믈리에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글솜씨가 탁월해 대학 기자상을 받았다. 위생사 자격증을 취득한데다 매 학기 장학금을 놓치지 않은 인재였다. 쾌활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엄마에게는 각별한 딸이었다.
전씨는 “사고 이틀 전이 제 생일이었는데 생일 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용돈을 보내주면서 통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애통해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가해자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법정에서 본 가해자의 태도는 전씨의 가슴을 또다시 후벼팠다.
전씨는 “가해자가 반성문을 10장이나 냈다고 하는데 재판정에서 본 가해자는 반성의 기미가 없어보였다”며 “그 날만 세 차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는 데 사과 한 마디 조차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는 음주운전자에 엄중 처벌을 가해야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자식 잃은 슬픔은 무엇으로도 위로되지 않지만 이런 비극이 계속되는 것 역시 볼 수가 없습니다. 구형은 구형일 뿐입니다. 바라는 건 다시는 음주운전으로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가질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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