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홍준표 지지층’ 공략 나서
진보진영 지지 차별금지법도 ‘신중’
李, 아내 낙상사고에 일정 전면 취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우클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윤석열 후보가 확정되자 이 후보의 행보가 더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문재인정부와도 일부 차별화하면서 현 정권에 등 돌린 2030세대 남성과 중도 및 보수 계열 표심을 끌어당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행보 중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2030세대와 소통하는 일정이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선대위 출범 이후 외부 공개 일정은 모두 17건으로, 그중 10건이 청년과 관련돼 있다. 특히 이 후보는 전날 문재인정부와 당내 일부 여성 의원을 비판하면서 선대위 내부에 ‘2030세대가 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는가’에 대해 쓴 글의 일독을 권했다. 이는 2030세대를 공략하는 데 있어서 본인 노력뿐 아니라 당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행보에 진보 진영 내부에서 “반페미니즘으로 갈라치려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대선 전략으로는 꽤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2030 남성 표심이 현재 갈 곳을 잃고 붕 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계속 그런 행보가 이어지고 정책으로 이어지면 표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전날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 ‘차이나 리스크’라고 언급한 것도 민주당 후보로서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030세대에서는 문재인정부가 ‘대중국 저자세’라면서 비판했는데, 이 후보는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를 갖출 기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이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면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평등법’을 발의했고, 21대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개신교계 반발을 이 후보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보수로의 확장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이 후보가 평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아내 김혜경씨의 ‘낙상사고’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김씨가 구토를 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신체 일부를 바닥에 부딪쳐 열상을 입고, 응급실에서 밤새 진단과 응급치료를 받았다”며 “모 성형외과로 옮겨 열상부위 봉합수술을 했고, 정오쯤 퇴원해 자택에서 안정가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오늘만큼은 죄송함을 무릅쓰고 아내 곁에 있고 싶다”며 김씨 곁을 지켰다.

민주당은 이날 선대위 3차 인선을 공개했다. 이번 인선으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중 국무위원을 제외한 163명 전원이 참여하는 초대형 선대위가 구성됐다. 공석이던 선대위 공보단장에는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박광온 의원(3선)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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