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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계 반발에 백기 든 에어캐나다 CEO “불어 열심히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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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05 10:04:59 수정 : 2021-11-05 10:04:58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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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한테 “영어로 질문하라” 요구
“불어 쓸 필요성 못 느껴” 해명도
퀘벡주 민심 돌아서… “사퇴해야”
캐나다 국적 항공사 에어캐나다 CEO 마이클 루소.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 발언에 불쾌했을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할 것을 다짐합니다.”

 

캐나다 국적 항공사 에어캐나다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루소가 내놓은 반성문의 일부다. 루소는 퀘벡주(州) 몬트리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가 프랑스어로 질문을 던지자 “영어로 다시 해달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프랑스계 주민들이 많은 퀘벡주의 민심을 건드리며 공분을 일으켰다. 캐나다는 모든 관공서와 공문서에서 영어·프랑스어를 나란히 쓰는 이중언어 국가다.

 

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루소에 대한 퀘백주 시민들의 분노는 이유가 있다. 에어캐나다의 본사는 프랑스계 주민이 많은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데다 루소 자신도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주로 사용되는 몬트리올에서 14년 동안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루소는 자신이 프랑스어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해 “프랑스어를 말하지 않고도 몬트리올에서 살 수 있었다”며 “그게 몬트리올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캐나다는 18세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인 곳이다. 결국 7년에 걸친 전쟁 끝에 영국이 프랑스를 이기고 1763년 캐나다를 독차지했다. 그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주민들은 영국인들의 지배 아래 이른바 ‘2등국민’의 지위로 내려앉았다. 프랑스계 주민이 특히 많은 퀘벡주는 캐나다가 영국, 그리고 영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커다란 불만을 표시했다.

 

1960년대에 캐나다를 방문한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퀘벡주를 찾아 “퀘벡 만세” “프랑스 만세” 등을 외친 것을 계기로 퀘벡주에선 영어 중심의 캐나다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급속히 힘을 얻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1969년 프랑스계 국민을 위한 이중언어와 이중문화를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프랑스어가 영어와 더불어 캐나다의 공식어로 채택됐다. 1982년에는 인종적·언어적·종교적 문제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차별을 거부하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영국계 국민과 프랑스계 국민, 그리고 영어와 프랑스어의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1990년 캐나다 퀘벡주 소속의 몬트리올 시민들이 퀘벡주 깃발을 들고 캐나다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현직이던 시절 캐나다 기자로부터 프랑스어로 질문을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반 총장은 “주로 영어권 국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해 프랑스어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며 “프랑스어를 더 자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곤 했다. 최근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으로 처음 캐나다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총독에 취임한 매리 사이먼도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며 “학교 다닐 때 프랑스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이먼 총독은 “계속 프랑스어 공부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하기도 했다.

 

비록 루소가 반성문을 내놓고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프랑스계 캐나다 국민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이른바 ‘퀘벡 블록’은 “연방정부는 에어캐나다의 대주주로서 루소 CEO의 사임을 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퀘벡주 법무장관 사이먼 졸린-바렛도 SNS에 올린 글에서 “에어캐나다의 CEO가 수십년 전 우리가 완전히 거부한 행위, 즉 우리 언어와 문화에 대한 모욕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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