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악한 식물들/에이미 스튜어트/조너선 로젠 그림/조영학 옮김/글항아리/1만5500원
1856년 영국 스코틀랜드 딩월 마을의 어느 파티에서 참극이 발생했다. 파티에서 쓸 서양 고추냉이가 부족해 하인에게 따오라고 시켰는데 하인이 투구꽃을 가져온 것이다. 주방에서도 고추냉이와 투구꽃을 구분하지 못한 채 구이용 소스로 사용했고, 이를 먹은 손님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투구꽃은 오늘날에도 식용식물로 종종 오해받는데, 식물 전체가 맹독성을 지니고 있어 함부로 만져서도 안 된다. 캐나다 배우 안드레 노블은 2004년 도보여행 중 투구꽃을 접했다가 독에 중독돼 사망했다.
흔히 식물이 가진 푸르름을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생기면 식물을 전하는 것으로 마음을 나누고, 청정한 산속에선 열매나 나물을 의심 없이 뜯어먹기도 한다. 미국의 원예 칼럼니스트인 에이미 스튜어트는 이런 행동이 ‘만용’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신간 ‘사악한 식물들’은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식물의 세계를 다룬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식물이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저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거나 먹기도 하는 식물이 가진 맹독성을 경고한다. 식물의 아름다움에 현혹돼 원예 목적으로 가까이에 두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감자에 든 솔라닌은 독성을 만들어 심각한 소화 질환을 일으킨다. 감자를 푹 익혀야만 솔라닌 성분이 소멸된다. 강낭콩도 마찬가지다. 강낭콩에 함유된 피토헤마글루타닌은 심한 구역질이나 구토, 설사를 유발한다.
식물의 치명성은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어머니는 풀에 중독돼 사망했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조경가인 프레데릭 로 올므스테드는 관목 때문에 장님이 될 뻔했다.
저자는 식물을 접할 때는 의심하는 자세로 신중하게 대하고, 함부로 만지거나 먹지 말라고 강조한다. 흔히 집 안의 전기 콘센트는 불이 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화분 속 식물이나 관목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에 중독되는 사람이 콘센트로 다치는 사람보다 10배 이상 많다.
책에는 60여종의 독초 정보와 이를 해독할 수 있는 방법, 위급한 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연락처까지 기재돼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