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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인터넷 '먹통' 사라진 점심 시간… 결국은 인재?

입력 : 2021-10-26 06:00:00 수정 : 2021-10-26 0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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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1시20분~정오까지
전국망 마비… 곳곳 피해 잇따라
식당·학교·병원·기업 등 대혼란
“디도스 공격”→“자체오류” 정정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 모바일과 PC화면. 연합뉴스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내부 장애로 40분간 멈춰서며 전국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식당 결제부터 증권 거래, 병원 진료와 학교·기업 업무까지 먹통이 되면서 피해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흐름이 확산한 터라 피해 규모가 더 컸다. KT는 사태 초기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원인으로 꼽았으나 2시간여 만에 네트워크 경로 설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부터 약 40분간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며 전국 가입자들이 대혼란을 겪었다. 일부 가입자는 전화통화조차 되지 않아 답답함이 더했다. KT 인터넷은 정오쯤 대부분 정상화됐으나 완전 복구는 낮 12시45분에야 이뤄졌다.

 

KT는 사태 발생 3시간 만인 오후 2시27분에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라우팅은 데이터가 어떤 길을 거쳐 가입자에 도달해야 가장 효과적일지 정하는 작업이다. KT는 설비 문제나 관리자·점검 작업자의 실수 가능성 등 구체적 경위를 조사 중이다.

KT망을 이용하는 음식점·기업·증권사 등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먹통 현상이 점심시간과 겹친 식당에서는 카드 결제·배달 주문이 안 돼 혼란이 가중됐다. 경기 인천에서 일하는 곽모(29)씨는 “현금이 없어 명함만 맡기고 다음에 계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배달 주문이 시작되는 시간대에 인터넷과 전화가 한꺼번에 끊기면서 점심 장사를 망쳤다”고 속상해했다.

 

기업에서는 업무 마비가 속출했다. 재택근무자들은 갑자기 인터넷이 끊겨 전전긍긍했다. 병·의원과 약국도 업무 차질을 빚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환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건강보험 수진자 자격을 조회해야 하는데 연결이 되지 않으니 진료가 크게 지연됐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전국 12개 교육청 7742개 학교·유치원과 기관에서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비대면 강의 휴강이 속출했고 일부 대학은 시험을 미뤘다.

 

증권사 거래시스템 접속이 지연되면서 제때 매매하지 못한 투자자들 역시 속을 태웠다. 카드업계는 장애 발생 시간대에 카드 승인이 평소보다 35~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시56분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주의’단계를 발령하고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구성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조사 결과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나오지 않아 KT 내부 오류로 인한 장애로 잠정 결론내렸다.

 

KT 새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라우팅 오류이면 휴먼에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직원들 의견”이라며 “통신사업자로서의 기본도 충실히 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장애”라고 비판했다. 전국에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앞으로 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KT의 인터넷망 장애로 결제시스템이 먹통이 된 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에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 결제를 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포장·배달주문 몰릴 때 ‘올스톱’… “점심장사 망쳤다” 하소연

 

“포장이랑 배달 주문 한창 몰릴 시간인데 결제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손발이 묶였어요.”

 

25일 오전 KT 네트워크의 대규모 장애로 각 관공서와 사무실, 영업장 등이 업무에 차질을 겪으며 상당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이날 오전 11시20분쯤부터 30분 넘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면서 점심 장사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키오스크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고, 배달 주문도 확인이 늦어지면서 나중에는 인터넷이 복구됐는데도 항의전화를 받고 상황을 설명하느라 또다시 업무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은 ‘현금이나 계좌이체 등만 가능하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붙인 채 영업을 하기도 했다.

 

울산 남구의 한 음식점 주인은 “배달 주문이 막 시작되는 시간대에 인터넷이 안 돼 놓친 주문이 꽤 될 것 같다”며 “다행히 포스기는 작동해 주문을 수기로 작성하거나 카드결제가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고깃집 직원은 “카드결제가 안 돼 개인 명함을 받고 외상을 해주기도 했다”며 “카드결제가 안 된다고 했더니 그냥 돌아간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KT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한 25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건강검진과 독감 예방접종 접수하려는 시민들로 혼잡하다. 연합뉴스

광주에서는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넘게 도심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 정보가 끊겼고, 조선대병원을 찾은 외래환자들은 신용카드 수납을 하지 못해 대기번호표를 뽑고 40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병원 측은 진료 차트는 자체 전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어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한동안 카드 수납이 불가능해 현금결제 또는 계좌이체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배달 기사들도 일감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배달의민족 등 일부 애플리케이션(앱)이 일시적으로 마비됐고, 배달앱 서비스가 재개된 이후에도 KT망을 쓰는 기사들은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배달을 제대로 못하기도 했다. 한 배달 기사는 “최근 1년 중 가장 조용한 점심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했다.

 

KT망을 이용하는 택시기사들도 배차 주문을 받지 못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고 콜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원인을 모르니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메신저나 화상통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기업에서는 KT 가입자들이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팀장한테 업무 지시받고 점심 먹으러 가야 하는데 답이 없다”, “화상회의 하기로 했다가 취소됐다” 등의 상황을 전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공기관과 주민센터 등은 KT망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가 더 컸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교에서도 사고가 속출했다. 한양대 ‘법과인권’ 과목은 이날 온라인 시험을 치르던 중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아서 시험시간이 연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교사 등이 KT망을 쓸 경우는 휴강을 해야 했고, KT망을 쓰는 수험생 대부분은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대학생 B씨는 “집에서 줌(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중에 갑자기 인터넷이 끊겨서 엄청나게 황당했다”면서 “수업 중간과 마지막에 2번 출석 체크를 하는 데 당황한 나머지 근처 PC방이나 카페를 갈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 서비스, 화상회의 서비스, 게임 서비스, 결제 앱 등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아 사용자 불편을 초래했다. 점심시간에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종목토론실 등에는 “주식을 바로 못 팔아서 손실을 봤다”거나 “KT가 보상안을 내놔야 한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다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은 복수의 통신사를 이용하거나 전용 회선을 구축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한 덕분에 KT망 장애에도 결제시스템이 정상 가동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은 과거 KT 아현지사 화재 등 통신대란을 겪은 뒤부터 미리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덕분에 화를 면했다”고 설명했다.

 

◆전국단위 피해… 3년 전 ‘아현지사 화재’ 규모 넘어서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발생하면서 향후 피해 보상책에 대한 논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고는 3년 전 발생했던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사고 때보다 훨씬 피해 범위가 넓어 보상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기준 KT 이용약관에 따르면 KT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인터넷TV) 등의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날 발생한 대부분의 접속 장애는 1시간 이내에 해결이 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오후 2시20분이 넘게 장애가 이어진 경우엔 피해 보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KT는 대규모 네트워크 먹통 사태를 일으킨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고 당시 개인과 소상공인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고, 사회적 기구인 ‘상생보상협의체’를 만들어 피해 고객 110만명을 대상으로 1~6개월치 요금을 감면했다. 또 소상공인 1만2000여명에게 총 7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당시 KT 통신망을 이용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KT가 추산한 물적 피해액만 469억원에 달했다.

2018년 1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지사에서 KT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3년 만에 발생한 이날 통신망 마비 사태는 피해 규모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KT 아현지사 화재사건은 서울 강북 지역과 수도권 북서부 등 피해 지역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네트워크 장애가 나타났다. 특히 이날 사고가 당초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네트워크 장애원인으로 추정됐지만 조사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원인으로 파악되면서 KT가 더더욱 사회적 비난과 보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날 KT의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이용자보호과를 중심으로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오류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현재 고객들의 피해 여부 등을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며 “향후 피해가 확인될 경우에는 보상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은아, 이종민, 정필재, 남정훈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박세준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 김건호 기자, 전국종합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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