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 “한국이 ‘스파이캠’의 세계적 진원지”

싱가포르에서 한국인이 여성 화장실에 이른바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사건이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돼 ‘나라 망신’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 몇 년 사이 주요 외신들이 한국의 심각한 몰카 실태를 지적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낸 터라 관련 범죄 근절을 위한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12일 연합뉴스와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영주권자 A(28)씨가 최근 법원에서 ‘관음증’과 관련된 3가지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고 유죄가 인정, 22주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부모가 둘 다 한국인이지만 본인은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2월 핀홀 카메라(렌즈 대신에 어둠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은 카메라)를 구입한 뒤 여자 화장실에 몰래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카메라가 발각되지 않도록 제대로 숨겨졌는지 주의를 기울인 다음 녹화 모드를 누른 채 여성 화장실에 놔뒀다”고 말했다.
보도에 의하면 A씨의 범죄는 화장실을 이용하던 여성 B씨가 해당 카메라를 발견하면서 발각됐다고 한다. B씨가 카메라에서 메모리 카드를 꺼내 확인한 결과 자신 및 다른 여성 두 명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이 녹화돼 있었다. A씨가 카메라를 조작하는 장면 또한 담겨 있었고 결국 이것이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B씨 신고를 받은 싱가포르 경찰은 즉각 A씨의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해 조사했다. 노트북 안에는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은 각종 음란 동영상 178건과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동영상 31건이 들어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포르노 웹사이트에서 유사한 동영상을 본 뒤인 지난 2013년부터 여성들 치마 속을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A씨는 싱가포르 영주권자이나 솔직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몰카 범죄로 악명이 높다. 로이터 통신은 올해 6월 “한국은 스파이캠(spycam·몰카)의 세계적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작고 숨겨진 카메라를 사용해 피해자의 신체,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면, 심지어 성관계 모습까지 촬영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프랑스24 등 다수 외신도 한국의 불법촬영 범죄를 전하며 ‘몰카’(molka)라는 용어를 썼다. 해당 단어는 낯뜨겁게도 위키피디아에 영문으로 등록돼 있는 실정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불법촬영 범죄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HRW는 한국 정부를 향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그러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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