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늦둥이 출산 경험
성금 등 18년째 나눔 손길

“소외된 이웃을 한번쯤 돌아보려는 마음을 조금씩 표현했는데 벌써 18년이나 됐네요.”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해마다 위생용품을 후원하고 어린이 구호단체에 성금을 보내고 있는 전주지법 양연숙(58·사진) 행정관의 말이다. 양 행정관은 1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나눔의 손길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양 행정관은 매달 급여를 쪼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월드비전, 유니세프 등 국내외 어린이 구호단체에 성금을 보내고 있다. 소중한 인생을 가꿔야 할 어린이들이 가난과 질병, 폭력 등에 내몰려 눈물을 흘리고 고통받는 참상에 가슴이 저려 얼마의 돈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2003년 어느 날 지인을 통해 점심을 굶는 아이들을 수소문해 급식비를 보탠 때로 치면 18년은 족히 넘는다. 한 학생에게는 급식비 1년치를 무기명으로 지원한 적도 있다.
양 행정관은 형편이 어려워 교복을 입지 못하는 고교생이 있다는 소식에 선뜻 옷을 사 입히는가 하면, 가난한 가정의 청소년들이 생리대가 없어 비위생적인 대체재를 몰래 쓰기도 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려 10여년 전부터 위생용품도 후원하고 있다.
그가 아이들에게 각별히 신경 쓰는 데는 그도 어렵게 성장해 누구보다 이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입학을 앞둔 상황에서 맞닥뜨린 40대 초반 아버지의 죽음으로 생활고에 내몰렸다. 결국 진학을 포기했고 소녀가장처럼 아버지 그늘에 있던 어머니와 동생들까지 돌봐야 했다.
적지 않은 나이인 35세에 외동딸을 출산한 것도 양 행정관의 이 같은 기부 습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양 행정관은 “대다수에게는 적은 돈일지라도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조금 보탠 것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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