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군 복무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60대가 38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의 재심 과정에서 당시 보안사령부가 고문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법원은 고문당해 한 자백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1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A(62)씨는 23살이던 1982년 12월 같은 내무반에 있던 부대원을 도와 부대 내 화장실에 ‘민주 구국 투쟁 선언문’을 붙였다. 몇 시간 뒤 A씨는 보안대 수사관들에게 잡혀 연행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983년 2월 보통군법회의(군사법원)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선전 활동에 동조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억울하다며 항소했지만 두 달 만인 같은 해 4월 고등군법회의도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으로 감형했을 뿐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억울함을 품고 살던 A씨는 2019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체포와 수사 과정의 위법성 등을 이유로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 과정에서 A씨는 체포 당시 영장 없이 보안대 수사관들에게 끌려가 26일간 구금됐으며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 등에서 고문을 당해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지난달 30일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현경)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A씨를 불법 체포·구금하는 등 구속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데도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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