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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절차 통한 변제와 별도의 당사자 간 변제 합의 효력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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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5 13:00:00 수정 : 2023-11-26 22: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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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불능 또는 그런 염려가 있는 채무자는 회생·파산 등의 도산절차를 통해 채무의 정리 및 장래의 경제적 재기를 꿈꿀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 규정된 면책제도 덕분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25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 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면책이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채권자들에게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 혹은 회생절차의 변제 계획에 의한 변제가 예정된 이상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위 배당·변제되는 것 외 나머지에 대해서는 채무가 존재함에도 이를 갚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면책된 채권은 소제기 권능을 상실하게 되므로 채권자가 면책된 채권에 관하여 근거로 금전 지급의 소를 제기하더라도 그 소는 각하됩니다. 

 

그런데 간혹 개인적 친분과 사업상 관계 등의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만 도산절차에서의 배당·변제 외에도 파산·회생채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변제해야 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이 경우 과연 채무자와 특정 채권자 사이의 별도 변제 합의는 효력이 있을까요? 바꾸어 말하면 특정 채권자가 채무자와 사이의 별도 변제 합의를 근거로 약정금 등 지급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개인파산·회생절차와 관련한 사건에서 면책제도의 취지가 채권자들에 대하여 공평한 변제를 확보함과 아울러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개인 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 있고, 이를 통하여 개인 채무자는 파산·개인회생 채무로 인한 압박을 받거나 의지가 꺾이지 않은 채 앞으로 경제적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채권자에 대한 별도 변제 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그 합의가 면책 결정의 확정 전후 이루어졌는지 그 시기에 따라 달리 보고 있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개인회생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변제 계획과는 별도의 변제를 면책 결정 확정 전 약속한 사안에서 면책 결정이 확정된 뒤에도 채무자에게 개인회생 채무의 전부나 일부를 이행할 책임이 존속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므로, 채무자가 면책 결정 확정 전 변제 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이로 인한 채무가 실질적으로 개인회생 채무와 동일성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별개 채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래의 개인회생 채무와 동일하게 면책 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하여 이미 면책된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채권자의 소송은 권리보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습니다(2021. 9. 9. 선고 2020다277184 판결).

 

다른 한편 대법원은 면책 결정 확정 후 개인파산 채무자와 특정 채권자 간 파산채권에 관한 별도의 변제 합의가 있었던 사안에서는 “면책 결정 확정 후 파산채권을 변제하기로 하는 채무자와 파산채권자 사이의 합의(이하 채무재승인약정)가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거나 확정된 면책 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채무자와 채권자 간 별도의 변제 합의, 즉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여 판결을 통해 집행력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면책제도의 입법 목적에 따라 위 약정이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이 없는지 여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고려의 기준으로 “채무재승인약정은 채무자가 면책된 채무를 변제한다는 점에 대해 이를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자신의 자발적 의사로 위 채무를 변제하기로 약정한 것일 뿐만 아니라 위 약정으로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 채무자의 자발적 채무재승인약정 체결 여부,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 내용의 채무재승인약정 여부는 체결 동기 또는 목적, 시기와 경위, 당시 채무자의 재산·수입 등 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이 위와 같은 사정을 심리하여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함에도 이에 관하여 심리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2021. 9. 9. 선고 2020다269794 판결). 

 

면책 결정의 확정에 따른 면책의 효력은 시기적으로 면책 결정 확정 전 발생하여 존재하는 채무에 미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같은 채무재승인약정이라도 면책결정 확정 전 체결된 약정에 따른 채무는 원채무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 면책 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하고, 면책결정 확정 후 체결된 약정에 따른 채무는 원채무와는 별개로 체결 당시 발생한 채무로 보아 당연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에 따르면 아직 면책 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채무자는 어떠한 약속이나 합의를 하더라도 후에 면책 결정이 확정되기만 하면 이에 따른 변제 책임에서 면제되는 반면, 이미 면책 결정이 확정되어 모든 채무 변제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졌어야 하는 채무자는 여러 사정의 고려에 따라 또다시 채무 변제의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실질적으로 불리한 결과에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면책 결정 확정 후 이루어진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은 그 인정에 매우 엄격하여야 할 것입니다. 

 

위와 같이 현재 대법원은 면책 결정 확정 전후를 기준으로 채무재승인약정 효력의 인정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으므로,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 및 회생절차에서 변제 계획에 의한 변제 외에 별도의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채무자 또는 채권자는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을 잘 인지하기 바랍니다. 특히 면책 결정 확정 후 체결된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므로 사전에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시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정현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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