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밑 ‘Sponsored’ 믿고 클릭
불법 주식리딩방 연결돼 화들짝
미성년자, 대출광고 무방비 노출
업체들 짧게 게시해 단속 피해가
페북 “AI 필터링 통해 관리” 입장

‘오늘의 추천 종목을 알려드립니다.’
직장인 정모(35)씨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주식 추천 게시물을 발견했다. 게시물을 올린 계정 밑에는 ‘Sponsored‘라는 페이스북 광고표시가 붙어 있었다. 최근 주식에 관심이 생겼던 정씨가 무심코 게시물을 클릭하자 곧장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연결됐다. 채팅방에는 ‘수익 비밀을 알고 싶으면 따로 채팅을 하라’는 공지가 떠 있었고, 채팅 참여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해당 채팅방이 투자 자문을 미끼로 수수료를 챙기는 불법 ‘주식리딩방’이란 것을 알게 된 정씨는 황급히 채팅방을 나왔다. 정씨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길래 검증된 업체의 게시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기꾼들이 있는 채팅방이어서 황당했다”며 “페이스북에 버젓이 이런 업체들이 광고를 한다는 게 놀랍다. 잘 모르는 사람은 검증된 업체라고 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 등 이용자가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불법 주식 리딩방이나 불법 대출 등을 홍보하는 광고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 페이스북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지역이나 연령, 관심사 등을 타깃팅한 광고를 게시물 중간중간에 노출한다. 페이스북 광고는 2달에 1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집행이 가능하고, 광고업체는 해당 광고가 노출되는 연령대와 성별 등을 설정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문제는 불법 요소가 많은 업체의 광고가 걸러지지 않고 이용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리딩방은 물론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출 광고, 정부기관을 사칭한 광고 등도 찾아볼 수 있다. 페이스북 검색 결과 한 주식리딩방은 ‘따라만 해도 39% 수익률을 낼 수있다’며 투자금을 낼 것을 유도하는 광고를,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해 가입비를 챙기는 ‘부업’업체는 ‘편하고 즐겁게 일하고 싶다면 클릭하라’는 광고를 올리고 있었다.
이런 광고는 맞춤형 광고의 특성상 특정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더 잘 노출되기 때문에 신용도나 금전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더 자주 노출된다. 주식리딩방의 경우 관련 지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50∼60대를 타깃으로 설정해 광고하거나, 불법대출 업체가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설정해 광고를 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그룹’ 설정을 통해 불법대출 정보를 공유하는 그룹을 만든 뒤 광고로 가입자를 모집하고, ‘학생에게도 쉽고 빠르게 돈을 입금해 주겠다’고 유혹하는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불법대부광고가 SNS를 통해 금융지식과 법률이 취약한 청소년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이스북 측은 “게재 전 광고를 검수하고, 정책에 위배되는 광고는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게재된 광고도 AI 필터링 등을 통해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 규정을 보면 △불법 제품·서비스 △성인용 제품·서비스 △허위 정보 △90일 이하 대출 △금지된 금융 상품 등에 관한 광고는 제한된다. 그러나 주식리딩방이나 불법대출광고들이 걸러지지 않고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
SNS상 불법 광고는 적발 후 대응조치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2~3주만 광고한 뒤 글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는 경우도 많아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교생 자녀를 둔 이모(54)씨는 “아이들이 SNS를 자주 보는데, 불법 대출 광고를 볼까봐 걱정이 된다”며 “광고 게재 기준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AI 검사로는 거르지 못하는 불법광고가 많아 페이스북이 한국적인 특성을 고려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플랫폼들은 고객센터 등이 원활하지 않아 불법광고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도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광고수입도 많은데 관련 인력이라도 충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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