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웃지도 걷지도 못하게 강요받는 ‘살아있는 신’ 쿠마리...“아동학대” VS “네팔 전통”

입력 : 2021-09-20 14:06:23 수정 : 2021-09-20 14:20: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 19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바산타푸르 광장에서 힌두교인들의 축제인 인드라 자트라(Indra Jatra·옌야)가 열린 가운데, 살아 있는 신 ‘쿠마리’가 가마를 타고 행차하고 있다. 카트만두=AFP연합

 

화려한 옷을 입은 어린 소녀들이 무표정을 한 채 가마를 타고 광장을 지나간다. 사람들은 이들을 ‘신’이라 부르며 환호를 보낸다. 네팔의 살아 있는 ‘신’ 쿠마리들의 이야기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카트만두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바산타푸르 광장에서 힌두교인들의 축제인 인드라 자트라(Indra Jatra·옌야)가 열렸다.

 

인드라 자트라는 비의 신에게 풍작을 기원하고 망자를 기리는 기간으로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의 연례 행차로 유명하다. 이날 행사에는 총 54명의 쿠마리가 참석했다.

 

쿠마리는 초경을 겪지 않은 만 5세 정도의 여자아이를 선발해 살아 있는 여신으로 섬기는 네팔의 문화다. 피는 불경한 것으로 여겨지며 월경이 시작되거나 작은 상처가 난다면 쿠마리에서 은퇴해야 한다.

 

선발 과정 역시 엄격하다. 32개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반드시 샤캬족이어야 하고 몸에 상처가 났거나 초경을 겪었다면 자격에서 박탈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바산타푸르 광장에서 힌두교인들의 축제인 인드라 자트라(Indra Jatra·옌야)가 열린 가운데, 살아 있는 신 ‘쿠마리’가 가마로 옮겨지고 있다. 카트만두=AFP연합

 

쿠마리로 선발되면 가족과 떨어져 쿠마리 사원에서 지낸다. 외출 역시 엄격히 제한된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사원에서 개인 교습을 받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지극히 제한적인 인간 관계로 인해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살아 있는 여신으로 대우 받기 때문에 걷지 못한다. 반드시 누군가에게 업혀 가거나 가마를 타고 있어야 한다. 수년간 다리 근육을 쓰지 않기 때문에 다시 걷기 위해 재활훈련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직 쿠마리들의 증언이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무표정을 강요받는다. 여신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표시하는 행위는 엄격히 제한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바산타푸르 광장에서 힌두교인들의 축제인 인드라 자트라(Indra Jatra·옌야)가 열린 가운데, 살아 있는 신 ‘쿠마리’가 행차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카트만두=AFP연합

 

이런 엄격한 방식 때문에 과거부터 국제사회에서는 쿠마리가 아동학대에 가깝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문화 상대성에 따라 네팔의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비판에 네팔 정부는 쿠마리의 연금을 늘리는 등 은퇴한 쿠마리의 정상적 사회활동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형환 온라인 뉴스 기자 hwan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