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칫솔에서 락스 냄새를 느끼고 아내의 외도를 의심, 아내가 친구·아들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몰래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2심도 ‘선고 유예’ 결정을 내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제2형사부(양영희 판사)는 전날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등 혐의로 기소된 A(47·남)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6개월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때나 경미한 범죄의 선고를 내릴 때,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 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A씨는 지난 2014년 9월 자신의 거주지에서 아내 B(46·여)씨가 잠든 사이 친구 C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열람한 혐의(정보통신망침해 등)와 녹음이 되는 카메라를 설치한 뒤 B씨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고 아내와 친구의 통화를 휴대전화로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카카오톡을 열어본 A씨는 ‘늙어서 같이 요양원 가자’, 추석에 카카오톡 해도 되는지 물어보거나 만나자고 약속하는 내용 등을 아내와 C씨의 대화에서 확인했다.
건강검진을 통해 위염, 식도염 진단을 받은 A씨는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곰팡이 제거용 락스가 2통이 더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이상함을 느껴 녹음기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녹음기에는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안 죽노’, ‘락스물에 진짜 처 담그고 싶다’, ‘몇 달을 지켜봐야 되지’ 등 혼잣말하는 소리와 아내가 친구와 전화 통화하면서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 소재로 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씨가 검찰이 주장한 아내와 아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신체를 침해하는 범죄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은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또한 A씨가 친구와 아내가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녹음한 혐의에 관해선 “아내의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에 해당함으로 원심판결에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타인 간의 대화’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 법리 오해 주장에 대해 이유 있다며 원심의 유죄와 무죄 판결 중 이 부분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아내가 잠든 사이에 휴대전화 비밀번호 입력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 열람하고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몰래 녹음한 범행의 수법과 내용에 비춰보면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다만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아내가 피고인에 대한 고소 취하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1심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는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고 범행 이후 5년이 훨씬 넘도록 피해자 B씨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관계를 계속 유지했다”라며 벌금 100만원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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