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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다.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젊음의 열정을 발산하는 낭만의 공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21학번에겐 ‘그림의 떡’이다. 낭만은커녕 MT·동아리·축제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극의 ‘3무(無)’ 학번이다. 캠퍼스가 아닌 집, 카페를 전전하거나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기 일쑤다. 비대면수업으로 동기·선배들과 만나지 못하다보니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생길 리 없다. 캠퍼스 생활은 고사하고, 강의실 위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새내기가 속절없이 ‘헌내기’로 전락하는 처지라 자괴감만 커진다.

이들에겐 코로나 종식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2년제 전문대생들은 아예 대학생활을 통째로 날린 채 졸업장을 받을 판이다. 코로나 학번뿐만 아니라 졸업반 학생들의 고민도 크다. 가뜩이나 ‘취업절벽’ 시대에 전공 실습도 제대로 못한 취준생에게 선뜻 문을 열어줄 기업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여기에 기업들마저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수시채용으로 바꾸면서 청년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그러다보니 취업이 용이한 대학·학과에 다시 진학하기 위해 반수(半修) 행렬이 줄을 잇는다. 입시기관의 대학알리미사이트 분석 결과 지난해 전국 4년제 일반대 신입생 가운데 2만3971명이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집계됐다. 신입생 6.9%가 합격 후 학교를 떠났다. 전체 중도탈락자 9만3000여명의 25.7%에 달한다. ‘인(IN)서울’ 대학 가운데 중도탈락 비율이 10%를 넘는 대학도 서강대(11.8%), 중앙대(10.3%) 등 6곳에 달했다. ‘SKY’대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려대(6.2%), 연세대(5.4%) 등도 5%를 넘었다. 반수 대신 군입대·대학원 진학을 탈출구로 삼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매달 고용통계가 나올 때마다 20대 ‘구직단념자’가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4년간 일자리 관련 예산을 80조원 쏟아부었지만 청년일자리는 10만개나 사라졌다. ‘관제일자리’를 늘려 고용양극화만 초래한 일자리정부의 민낯이다. 코로나 학번의 비극은 변변한 일자리조차 만들지 못한 정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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