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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4성 장군… 미국이 ‘영웅’을 떠나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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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3 06:00:00 수정 : 2021-09-13 07: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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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때 ‘두리틀 특공대’ 마지막 생존자 콜
‘중령→대령’ 사후 명예진급 의식 엄숙히 열려
공군 참모총장 직접 참석해 유족에 무릎 꿇어
1942년 ‘두리틀 특공대’의 기념사진. 앞줄 오른쪽이 리처드 콜(당시 중위)이고 왼쪽이 특공대를 이끈 지미 두리틀(당시 중령)이다. 미 공군 홈페이지

19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 직후 미국이 보복을 위해 꾸린 ‘두리틀 특공대’는 할리우드 영화 ‘진주만’(2001)과 ‘미드웨이’(2019)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아주 잘 알려져 있다. 1942년 4월 미 육군항공단(현 공군) 소속 조종사 지미 두리틀 중령이 이끄는 80명의 특공대가 B-25 폭격기 16대를 몰고 일본 영공으로 넘어가 도쿄를 공습한 것은 당시 일본인의 오만을 잠재우고 미국인의 사기를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두리틀 특공대의 ‘마지막 생존자’로 유명했던 리처드 콜(1915∼2019) 중령이 최근 사후에 대령으로 진급해 눈길을 끈다. 미 공군은 참모총장이 직접 국립묘지에서 성대한 의식을 주관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12일 미 공군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주(州) 포트 샘 휴스턴 국립묘지에서 2년 전 타계한 콜의 명예 대령 진급을 알리는 엄숙한 의식이 열렸다. 두리틀 특공대 일원으로 도쿄를 공습했을 때 26세의 중위였던 콜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시까지 중국·인도·버마 등 태평양 전선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이던 중국에 군수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수송기를 몰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나드는 어려운 임무를 완수해냈다. 전후에도 공군에 남은 그는 26년간 복무하고 중령 계급을 끝으로 퇴역했다.

 

그가 유명해진 건 두리틀 특공대 출신 백전노장들이 하나둘 노환으로 쓰러져 가는 와중에 100살 넘게 살며 도쿄 공습작전의 산증인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2년 전 그가 영면에 들었을 당시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이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점만 봐도 그가 미 공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 샘 휴스턴 국립묘지에서 ‘두리틀 특공대’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리처드 콜 대령의 유해가 군 의장대의 마차에 실려 운구되고 있다. 미 공군 홈페이지

이번에 중령에서 대령으로의 명예 진급식도 찰스 브라운 공군참모총장(대장)이 몸소 주관했다. 브라운 총장은 “콜 대령님은 위험으로 가득 찬 임무를 감당해냈다”며 “진정한 우리 위대한 세대의 일원”이라고 추모했다. 이어 “국가의 부름에 주저없이 응했던 고인의 유산을 우리 후배 장병들한테 소개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고인이 그저 전쟁영웅일 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남편, 자상한 아버지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브라운 총장은 “콜 대령님은 2003년 79세를 일기로 타계한 부인 루시아 마사와 거의 60년간 해로할 정도로 충실한 남편이었다”며 “또 5명의 자녀를 둔 가족의 헌신적인 아버지”라고 덧붙였다.

 

유족 대표로 나선 고인의 아들 리치 콜은 다섯 자녀 중 한 명인 앤디가 어릴 때 걸린 질병으로 정상적 삶이 어려웠으나 아무런 내색도 않고 정상아처럼 키우려고 애쓴 아버지의 희생을 기렸다. 리치는 “아버지는 앤디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대신 집으로 데려와 걷는 법과 말하는 법을 가르쳐줬다“며 “비록 앤디는 평생 동안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했으나, 아버진 앤디의 성공을 위해 다른 자녀들한테 베푼 것과 꼭같은 기회를 앤디에게도 줬다”고 회상했다.

찰스 브라운 미국 공군참모총장(왼쪽 3번째)이 ‘두리틀 특공대’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리처드 콜 중령(2019년 타계)의 명예 대령 진급을 기념하는 의식이 끝난 뒤 무릎을 꿇은 채 고인의 딸 신디 콜 챌에게 성조기를 전달하고 있다. 미 공군 홈페이지

브라운 총장은 콜 대령의 관을 덮었던 성조기를 직접 들고 유족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은 뒤 고인의 딸 신디 콜 챌에게 건넸다. 신디는 감정이 복받치는 표정으로 성조기를 받아 고이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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