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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저평가 우량주’로 불렸다. 풍부한 국정 경험과 함께 정책집행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여론 지지율은 좀처럼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기업인 출신인 그는 6선 국회의원에 국회의장까지 지냈고 행정부에서도 산업자원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해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가 포함된 말이다.

15대에 처음 국회에 들어온 정 전 총리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국정감사 때면 짜임새 있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빠지지 않고 언론의 ‘국감 스타’에 선정됐다.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품이라 신사적인 국회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도 15회로 가장 많이 받은 정치인이다. 19, 20대 총선에서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보수진영 거물들을 잇달아 꺾어 승부사의 기질도 보여줬다.

여권 내 조직이 만만치 않은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빅3’로 불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1, 2위와 표 차이가 크게 났고 급기야 지난 11일 대구·경북 경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 큰 표차로 뒤지며 종합 순위 4위로 밀려났다. 그는 대구에서 “저로서야 사실 연고도 좀 있고 작년에 와서 고생도 했고 그래서 알아봐 주실까 했는데 별 성과가 없었던 것 같아서 아쉬움도 남는다”고 씁쓸해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왔던 민주당 원로·중진들은 “대통령을 가장 잘할 사람” “당장 내일부터 대통령을 해도 잘할 사람”이라고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대중들을 휘어잡는 매력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한다.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거듭된 부진에도 정 전 총리는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일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캠프 내부에서도 “정 전 총리가 다음 대선을 기약하는 인물도 아닌데, 경선 완주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 나온다. 정 전 총리에게는 내주 고향인 호남 경선(25, 26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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