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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노렸나?…가짜 수산업자 문어발 금품 살포

입력 : 2021-09-09 14:29:35 수정 : 2021-09-09 14: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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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명품·자동차로 선물 공세로 인맥 쌓기
(서울=연합뉴스) 수산업자를 사칭한 116억대 사기범 김모(43·구속)씨의 SNS에 올라온 외제차를 탄 김씨의 모습. 김씨는 사기 수익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슈퍼카 구입·리스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신의 재력을 과시해 사기 피해자들을 현혹하려던 의도로 해석된다. 2021.7.8 [김씨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43·구속)씨로부터 금품이나 유흥 접대, 수산물, 명품, 외제 렌터카 등을 받았다는 인사들의 혐의가 경찰 수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김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사람 중에는 수사기관 간부와 언론인, 정치인이 포함됐다. 출소 후 무일푼이던 김씨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사기를 쳤고, 사기로 얻은 돈으로 인맥을 키웠다.

사기 범행이 탄로 나자 김씨는 금품 공여 사실을 털어놨고, 경찰은 박영수(69) 전 특검 등 6명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파악했다.

◇ '국정농단' 수사 前특검·부장검사 송치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경찰이 지난 6월 사상 최초로 현직 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다.

이모(48) 부부장검사는 지난해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며 김씨에게서 명품 지갑과 자녀 학원 수강료, 렌터카를 받았다는 혐의가 인정됐다.

김씨와 이 검사의 연결고리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에서 함께 활동한 박 전 특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언론인을 통해 김씨를 알게 된 박 전 특검은 여러 차례 김씨와 식사 자리에 동석했고, 지난해 말 포르쉐 렌터카를 빌리기도 했다. 지난 7월 사퇴한 박 전 특검은 렌트비를 납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TV 제공]

◇ 선물 받은 前경찰서장은 불송치

수산물과 명품 벨트 등을 받은 배모 총경(전 포항남부경찰서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서 제외됐다. 가액이 '1회 100만원 또는 1회계연도 300만원'이라는 청탁금지법 기준에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영수증 등 가액을 증빙할 수 있는 경우는 그 숫자를 기준으로 하지만, 물품만 있으면 대법원 판례와 국민권익위원회 방침에 따라 최저 시가를 적용한다"고 했다.

[연합뉴스TV 제공]

김씨 본인이 사기를 당한 사건을 경찰에 고소한 점을 들어 배 총경에게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경찰은 "배 총경은 올해 2월 초 김씨를 처음 알게 됐고 김씨는 3월 말에 체포돼 알고 지낸 게 한 달 조금 넘는 정도"라며 대가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팀은 강압·회유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수사팀 A 경위가 경북 포항으로 가 김씨의 비서에게 '변호사와의 대화 녹음을 넘기라'고 요구했고, 논란이 불거지자 다른 부하 형사가 회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수사담당관실은 A 경위를 수사팀에서 배제하고 부하 형사는 대기발령 조치한 뒤 경위를 조사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지난 7월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경찰청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골프채·돈·접대받은 언론인들

이번 수사에서 가장 많은 피의자가 나온 직종은 언론계(4명)다.

이동훈(51)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골프채 세트를 받아 송치됐다. 엄성섭(47) TV조선 앵커도 '풀빌라 접대' 혐의가 인정된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다만 성접대 의혹은 증거가 없어 혐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수입차를 무상으로 빌린 모 중앙일간지 이모(49) 논설위원과 대학원 등록금을 대납받은 모 종합편성채널 정모 기자도 송치된다.

경찰은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했으나 청탁금지법 기준에는 못 미친다고 보고 종결했다. 함께 조사 대상이 된 김무성 전 의원에 대해서는 차량 제공 의혹을 더 들여다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가짜 수산업자 김 모 씨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엄성섭 TV조선 앵커가 지난 7월 17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서울 강력범죄수사대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찰에 체포되자 입 열어

생계형 사기를 일삼던 김씨는 지난 201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수감 생활 중 인연을 맺은 전직 언론인 송모(59)씨를 통해 유력인사들을 소개받았다.

다시 사기 범행을 시작한 김씨는 고향 포항에서 1천억원대 유산을 상속받아 어선 수십척과 고가의 외제차들을 소유한 재력가로 둔갑하게 된다.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투자를 빌미로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끌어들인 투자금은 116억여원에 이른다.

그는 올해 3월 26일 경찰에 체포됐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4월 2일 구속 송치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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