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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후의 날’ 대비 위한 국제 종자 저장고의 위기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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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6 10:00:00 수정 : 2023-12-10 19: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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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유엔 식량 시스템 정상회담(Food Systems Summit)이 미국 뉴욕에서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간)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식량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게 운영해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실행 가능한 약속을 끌어내는 한편 촉진한다는 게 그 취지다.

 

가속화하는 기후변화는 식량 수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식량 안보의 보장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유엔 전문가들은 식량 안보를 성공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기후변화에 지속적으로 적응시키고, 더 포괄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식량 시스템의 효율적인 대응은 생태계의 회복력을 개선하고, 기후 영향에 대한 농촌 인구의 취약성을 낮추는 한편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은다.

 

지속적인 기후변화에 이에 따른 생태 위기를 맞아 예측 불허한 대재앙에 대비하고, 후손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 2월 유엔 산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은 북극에서 1000㎞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국제 종자저장고(Seed Vault·아래 사진)를 건립했다.

 

국제 종자저장고는 세계 곳곳에서 구할 수 있는 야생식물의 종을 저장해둔 씨앗 창고로, 전 세계에서 단 두 곳만 존재한다. 각기 다른 국가와 기관이 운영하는 종자 은행은 1700여개에 이르지만, 종자저장고는 스피츠베르겐 섬과 경북 봉화군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에 단 두 곳에만 있다.

 

이들 국제 종자저장고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90만개 가까운 샘플을 보관, 재해로 지구 일부에서 살 수 없게 되거나 핵전쟁이나 극단적인 기후변화 등에 따른 재난이 닥치더라도 농업을 되살릴 수 있는 ‘백업’ 기능을 한다. 그리하여 ‘식량 안보를 위한 마지막 보건 정책’으로 불리어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패턴의 변화와 신종 질병의 만연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FAO)는 오는 2050년까지 생산량을 2015년 대비 60% 늘려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차세대 작물을 생산하고 있는 오늘날 종자 은행 및 기타 다양한 식물 씨앗의 저장고는 단연 이 목표에서도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저장고 내부 온도는 영하 18도 이하로 유지되며, 예비전력 없이도 최소 200년간은 종자 샘플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처럼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이곳이 최근 심각한 기후변화로 여러 문제에 휘말렸었다.

 

역대 가장 따뜻한 해였던 2016년에는 기온 상승으로 해빙수가 스발바르 국제 종자저장고의 입구 터널을 침범했다. 종자는 손상되지 않았지만, 홍수 탓에 고가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나아가 자연·인공재해에 완벽한 대비를 할 수 있다던 저장고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지구 최북단에 있는 스발바르 제도에 속한 섬들의 온난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스발바르 2100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71∼2100년 군도 전체의 평균 기온이 7~10도 상승해 강설 기간은 단축되고 지표면 부근의 영구 동토층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로 스발바르뿐만 아니라 지구상 거의 모든 지역의 자급자족 능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기후 변동성의 확대와 더 빈번한 극한기상 현상이 위협을 가함에 따라 전 세계의 식량 공급을 감소시키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은 농업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파리 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촉진하는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천연자원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하고, 각국에 존재하는 모든 종자저장고를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적인 논쟁 등 소모 행위를 멈추고 인류 모두가 공통된 의견 아래 탄소 저감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지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송현수 UN SDGs 협회 선임연구원 unsdgs.hyunsoo@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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