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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초 흑인 전투기 조종사는 왜 佛서 활동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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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4 10:00:00 수정 : 2021-09-03 19:17:32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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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당시 佛 공군 ‘검은 제비’ 유진 불라드
46세로 2차대전도 참전… 레종도뇌르 훈장 받아
美 공군, 1994년에야 ‘미군 소위’ 계급장 추서
프랑스 공군 관계자가 찰스 브라운 미국 공군참모총장(오른쪽)의 정복 상의에 라파예트 비행단 휘장을 달아주는 모습. 브라운 총장은 육해공을 통틀어 미군 최초의 흑인 참모총장이다. 미 공군 홈페이지

미국에서 흑인이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있게 된 건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1년부터다. 전쟁으로 군용기 조종사 수요가 폭증하자 미 정부는 앨라배마주(州) 터스키기에 있던 항공기지를 개조해 흑인 조종사 양성 및 작전을 위한 전용 부대로 지정하고, 흑인 파일럿 지망자들을 뽑아 교육에 들어갔다. 오늘날 ‘터스키기 에어맨’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그런데 터스키기 부대 이전에도 미국 출신의 흑인 전투기 조종사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검은 제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유진 불라드(1895∼1961)가 주인공이다. 불라드는 1차대전과 2차대전 당시 프랑스군 소속으로 전투기를 조종했다. 마침 미 공군에서 창군 이래 첫 흑인 참모총장이 탄생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미국 두 나라 공군이 함께 불라드를 기리고 나서 눈길을 끈다.

 

◆1차대전 때 佛 공군의 ‘검은 제비’ 유진 불라드

 

3일 미 공군에 따르면 프랑스 공군은 최근 찰스 브라운 미 공군참모총장에게 프랑스의 유명 화가가 그린 불라드의 초상화를 선물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브라운 총장은 육해공을 통틀어 미군 최초의 흑인 참모총장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전투기 조종사 유진 불라드(1895∼1961)와 미 항공박물관에 있는 그의 동상. 세계일보 자료사진

불라드의 초상화를 받아든 브라운 총장은 “내가 이런 영예로운 기념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이어 “유진 불라드 같은 영웅들이 세계 항공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고인의 업적을 칭송했다. 미 공군은 해당 초상화를 ‘공군 컬렉션’에 등록하고 향후 3년간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 전시할 계획이다.

 

1895년 미 남부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불라드는 어릴 때부터 인종차별에 비판적이었고 미국보다 좀 더 자유로워 보이는 유럽으로의 이주를 갈망했다. 10대 청소년 시절 결국 가출을 단행했고 영국 런던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갔다. 프랑스 문화에 심취한 그는 파리에 정착해 살기로 결심한다.

 

불라드가 갓 스무살이 된 1914년 유럽에서 1차대전이 발발했다. 그는 프랑스 외인부대에 입대해 최전방에서 용감하게 독일군과 싸웠다. 전쟁 도중 비행기가 육군의 새로운 무기로 채택됐고 이에 다수의 조종사가 필요해졌다. 불라드는 조종사를 지망해 1917년 8월 프랑스군의 정식 파일럿이 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왼쪽)과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조종사 아멜리아 에어하트. 이들은 프랑스 공군이 미국·프랑스 간 우정의 상징으로 수여하는 라파예트 비행단 휘장을 받은 미국인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46세 때 2차대전 참전… 레종도뇌르 훈장 받아

 

비록 불라드는 미국이 아닌 프랑스를 위해 싸웠으나 오늘날 미국에선 그를 ‘미국 흑인 최초의 전투기 조종사’로 인정한다. 불라드는 ‘검은 제비’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전장에서 큰 공을 세웠고 프랑스 정부에서 훈장도 여럿 받았다.

 

1차대전이 프랑스의 승리로 끝나고 계속 파리에 살던 불라드는 2차대전에도 참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1940년 5월 독일군이 프랑스를 침공하자 당시 46세이던 불라드는 프랑스군에 다시 입대했다.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한 뒤로는 레지스탕스에서 활약했다. 전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은 불라드는 1961년 미국 뉴욕에서 66세 나이로 타계했다. 미 공군은 미국 출신이지만 평생 프랑스를 위해 산 고인한테 1994년 9월 미 공군 소위 계급장을 추서했다.

 

한편 프랑스 공군은 미국·프랑스의 오랜 우정을 상징하는 라파예트 비행단 휘장도 브라운 총장한테 증정했다. 라파예트 비행단은 1차대전 당시 미국이 프랑스 편에서 공식 참전하기 전인 1916년 프랑스 장교의 지휘 아래 미국 조종사들로 꾸려져 전쟁에서 활약한 비행단이다. 브라운 총장에 앞서 이 휘장을 받은 미국인은 2차대전 때 연합군 사령관으로 나치 독일의 압제에서 프랑스를 해방시키고 훗날 미국 대통령까지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890∼1969), 그리고 1932년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에서 유럽까지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조종사 아멜리아 에어하트(1897∼1937), 이렇게 두 명뿐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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