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어이없는 일, 희대의 정치공작”
檢·법무부 조사, 공정성 꼭 지켜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4월 검찰이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권이 시끄럽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총선 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 ‘검언유착 의혹’, 뉴스타파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보도에 대응하는 검찰 수사를 위해 야당에 고발을 청부했다는 내용이다. 어제는 뉴스버스 발행인이 “윤 전 총장 지시하에 이뤄졌다는 정황이 있다”고도 했다.
뉴스버스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에 대한)판결문이 손 정책관에서 김 의원에게 건네졌는데 SNS 메신저로 건네지다 보니 파일 위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이름이 떠 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도 의문이다. 고발장 첫 페이지 고발인 자리는 비어 있고,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쓰여 있다. 당시 친정권 인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피해 대검이 사건 배당을 주도하도록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실체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문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윤 전 총장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 의지가 있었다면 검찰에서 친분이 있던 정점식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을 놔두고 굳이 후보 신분이었던 김 의원에게 전달했겠냐는 점이다. 허위사실을 모아놓은 ‘윤석열 X파일’의 일부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학살로 윤 전 총장 반대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던 검찰에 야당의 고발 자체가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어제 “어이없는 일” “지난해 채널A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해서 1년 넘게 재판해서 드러난 게 뭐냐. 결국 ‘권언 정치공작’으로 드러나지 않았나”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정부·여당의 자작극”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당사자인 손 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발장을 전달한 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모임 ‘처럼회’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여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는 “윤 전 총장의 보복수사와 검찰권 사유화 의혹사건”,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실이라면 명백한 검찰 쿠데타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위반을 넘어서는 중대 사안이다. 사안이 엄중한 만큼 진상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섣부른 예단도 금물이다. 고발장의 접수 여부를 떠나 누가 작성했는지, 판결문이 넘어간 경위부터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진상조사와 감찰카드를 빼든 김오수 검찰총장과 박범계 법무장관은 공정성 논란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치권은 과도한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고 조사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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