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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후 눈물' 이도연 "하늘의 父 생각하며 죽도록 달렸어요"

입력 : 2021-08-31 14:01:50 수정 : 2021-08-31 14: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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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아버지 생각하면서 죽을 만큼 달렸어요. 정말 죽을 만큼…"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의 '철녀' 이도연(49·전북)이 2020 도쿄패럴림픽 도로사이틀 첫 레이스에서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눈물을 쏟았다.

 

이도연은 3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도로사이클 여자 도로독주(스포츠등급 H4-5)에서 55분42초91로 결승선을 통과, 12명 중 10위를 기록했다.

 

이도연은 첫 도전이었던 2016 리우대회에서 이 종목 4위, 개인도로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선 노르딕스키 전 종목을 완주했다.

 

지친 기색 없이 언제나 강했던 이도연이 도쿄하늘 아래에서 처음 눈물을 보였다.

 

"성적을 내야 하는데 미안해요"를 연발하는 그녀의 고글 아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미안함'뿐이었다.

 

이날 그녀는 일생일대의 난코스를 마주했다. 어깨가 부서져라 손 페달을 돌렸지만 숨 돌릴 틈 없이 나타나는 오르막은 가혹했다. 이도연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후회없이 달렸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벅찬 코스였다"고 했다.

 

사점을 넘나든 혼신의 레이스, '철녀'의 진한 눈물은 후회나 아쉬움이 아니었다.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도연은 "죽음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에, 달리면서 정말 죽음까지 갈 정도로 힘들었어요. 달리면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아버지가 이 자전거 풀세트를 해주셨는데…"라며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도쿄패럴림픽 무대에서 분신이 된 자전거는 평생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선물이었다.

 

이도연은 "도쿄 메달을 기대하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같이 있진 못하지만 아버지께 기쁨을 드리고 싶었어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만화 '달려라 하니' 아시죠. 엄마 생각하면서 힘껏 달리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알겠어요.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고, 아버지께 기쁨을 주고 싶단 마음을, 저, 우리 아버지 보고 싶어서라도 더 열심히 달릴 거예요"라고 말했다.

 

설유선(28), 유준(26), 유휘(24) 세 딸의 어머니인 이도연은 이날 전북 무주 펜션에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친 딸들 이야기에 '엄마 미소'가 돌아왔다.

 

이도연은 "우리 딸들, 저를 달리게 하는 힘이죠. 언제 어디에 있든 정말 사랑하고, 우리 딸들 응원 영상 보니까 내일은 정말 뭐라도 값진 것 하나 갖고 가고 싶어요. 우리 딸들 위해서라도"라며 "물론 메달을 못 가져도 우리 딸들이니까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로서 열심히 해서 뭔가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도연의 불꽃 레이스는 계속된다. 내달 1일 여자 개인도로(H1-4), 2일 혼성 단체전 계주(H1-5)에 도전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개인도로는 제가 좋아하는 코스예요.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도전해 볼게요." 눈물을 닦아낸 그녀가 다시 씽씽, 손 페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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