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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연인끼리 오붓하게 영화도 안전하게 즐긴다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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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8 18:00:00 수정 : 2023-12-10 15: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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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화명소로 뜨는 '자동차극장'

지난 20년 멀티플렉스에 밀려 하향길
코로나 위험에 다시 비대면 관람 인기
국내 자동차극장 26곳… 경기 9곳 최다
샌들에 반바지 등 편안한 복장 방문
지자체, 지역관광 연계 전략 수립 분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지난 26일 오후 7시. 전남 함평군 함평자동차극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가 매표소에 줄을 섰다. 영화표를 주면서 매표소 직원은 어디서 왔는지, 동행자는 누구인지 꼼꼼히 체크했다. 자동차 안에는 여름 휴가 때 바다와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긴 것으로 보이는 튜브 등 물놀이 용품이 눈에 띄었다.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샌들에 반바지, 민소매 등 피서 복장이다.

영화표를 구입한 운전자들은 빨간색의 유도등을 따라 20여m를 운행해 지정된 주차석에 주차를 했다. 줄지어 앞차를 따라온 차량들은 차곡차곡 주차장을 메워갔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주파수를 FM 103.1㎒에 맞추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2대의 스크린에서 황정민 주연의 영화 ‘인질’과 가족영화 ‘보스베이비2’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자동차들 불빛은 모두 꺼지고 자동차극장 일대는 숨죽이듯 고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바이러스 전파 걱정이 없는 자동차극장이 새로운 문화명소로 뜨고 있다. 올해 1월 개장한 함평자동차극장의 이날까지 누적 관람 차량은 8700대. 지난 광복절 연휴기간에는 나비관(112대)과 황금박쥐관(68대) 등 180대의 관람석을 모두 채우는 매진을 기록했다. 함평자동차극장은 함평군이 자동차극장팀이라는 전담 부서를 두고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47편의 최신작을 상영했다. 영화표 판매 수입은 1억7400만원으로 군 재정에도 톡톡한 효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는 안전지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산업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극장은 모두 26개다. 경기가 9개로 가장 많고 울산(3), 충남(3)이 뒤를 잇고 있다. 서울과 전남, 강원에는 2개씩 있으며, 대전·대구·세종·부산·광주는 1개씩이다. 스크린 수는 모두 35개이며, 관람 차량대수는 3400대다.

국내 최초 자동차극장은 경기 파주시 파주자동차극장이다. 2002년 6월 관람차량 250대 규모로 문을 열었다.

지난 20년간 자동차극장은 멀티플렉스관에 밀려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비대면 영화관람이 가능한 자동차극장으로 관객이 몰리고 있다. 다른 관객과 접촉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극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자동차극장은 영화표 구입과 영화관람, 관람 후 퇴장까지 모두 차 안에서 가능하다. 개인 차량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자동차극장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만 전남 함평과 울산 울주, 충남 아산 3곳에서 자동차극장이 개관했다. 자동차극장업계도 모처럼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파주자동차극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말과 휴일에는 500대의 주차석이 거의 찬다”며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2배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부산 기장 드라이브 오시리아. 롯데시네마 제공

자동차극장 매출이 늘자 기존 멀티플렉스사도 자동차극장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지난 6월 인천과 부산에 각각 자동차극장을 개장했다. 롯데시네마는 오시리아관광단지에 300여대 규모의 자동차극장을 개장했다. 전국에 지점을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사가 자동차극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자동차극장 운영에 나선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지역민들의 피로감을 해소한다는 명분이다. 전북 김제시 금구면은 지난 5월 금구초·중학교 주차장에서 무료로 ‘엄마의 공책’을 상영했다. 전남 해남군도 해남우슬체육관 주차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하루 140대를 선착순으로 신청받았다. 노호성 함평군 자동차극장 TF팀장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왔다”며 “나비축제 등 지역 관광과 자동차극장을 연계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연인끼리 오붓하게, 먹방까지

여름철 자동차극장의 단골은 피서객이다. 이날 함평자동차극장 관람객도 전남지역으로 휴가를 온 피서객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김정수(45)씨는 지인 두 가정과 함께 이틀간 함평 주포 한옥마을로 휴가를 왔다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들을 위해 김씨와 지인 가족은 이날 ‘보스베이비2’를 봤다. 김씨는 “승합차에서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19 걱정 없이 오붓하게 가족영화를 봤다”며 “개인적인 공간에서 지인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자동차극장의 장점은 차량 안에서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취식을 금지하고 있는 멀티플렉스관과는 다르다. 자동차극장에서는 영화를 보며 ‘먹방’이 가능하다. 먹방 메뉴도 일반 영화관과 다르지 않다. 치킨과 초밥, 컵라면, 오징어 등을 미리 준비해온 관람객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먹으면서 영화를 관람한다. 미처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 차량 주차석의 번호를 알려 치킨 등을 주문할 수도 있다.

전남 함평자동차극장에서 차량에 탑승한 관객들이 영화 ‘인질’을 감상하고 있다.

놀이와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자동차극장도 있다. 놀이공원 주차장에 자동차극장이 있기 때문이다. 울산 ‘자수정동굴나라 자동차극장’은 지난 3월 동굴나라공원 입구에 문을 열었다. 공원의 다양한 놀이 시설과 동굴 속의 쥬라기 공원 등을 즐긴 후 시간에 맞춰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자수정동굴나라자동차극장을 찾은 임희수(32)씨는 “휴가기간에 친구와 함께 조금 일찍 나와 바이킹 등 놀이시설을 이용하고 자동차극장에서 영화를 즐겼다”며 “놀이공원 옆에 있어 이용이 편리한 데다 밤하늘을 보면서 관람해 낭만을 느꼈다”고 말했다. 광주의 광주자동차극장도 마찬가지다. 패밀리랜드 우치공원의 놀이시설과 동물원을 둘러본 후 저녁시간에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최근 개관한 자동차극장은 멀티플렉스관처럼 사전 예매가 가능하다. 온라인 예매시스템을 구축해 상영작을 보고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 예매를 할 수 있다. 다만 예매를 했더라도 주차석은 현장 안내인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승용차는 앞 주차석에, 승합차는 뒤 주차석에 배치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극장의 카카오채널에 가입하면 할인혜택은 물론 상영작 등 다양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자동차극장 입장료는 차량당 2만원가량이며, 탑승객 인원 제한은 없다. 주차 요금은 별도로 받지 않는다. 자동차극장의 멤버십 카드를 활용하면 일반 영화관처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실시간 집계가 되지 않아 자동차극장의 매출이나 관객수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통계를 내지 않는다.

 

자동차극장의 관람 에티켓은 불빛 차단이다. 차량에서 불빛이 새나가면 다른 차량이 관람에 방해를 받아서다. 주간 전조등이 꺼지지 않는 차량이나 후미등이 상시 켜진 경우에는 신문지나 검정비닐로 가려야 한다. 비닐 가림막은 자동차극장 매표소에서 세트로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다.

가급적이면 영화 상영 시 이동을 자제하는 게 자동차극장 이용객들 에티켓이다. 장시간 좁은 차 안에서 관람이 지루할 경우에는 차 밖으로 나와 소형 라디오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소형 라디오는 자동차극장에서 빌려준다. 여름철에는 영화 상영시간 동안 차량 에어컨을 켜놓아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함평=글·사진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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