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잔액 2년새 25%↑
정책자금 연체 2204억 ‘최대치’
“매출 10분의 1… 더는 못 참아”
영업시간 단축 항의 거리 나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다.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급락한 데다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가 다음달 5일까지 또다시 2주간 연장되자 견디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22일 전국 소상공인 카드 매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8월 둘째 주(9∼15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지난 10일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부산은 17% 줄어 감소폭이 더 컸고, 지난달부터 4단계 시행 중인 서울은 15% 줄었다. 서울 도심 지역과 상업 지역의 저녁 매출은 하락폭이 더 컸다. 3인 이상 모임이 제한된 오후 6시 이후 서울 중구·서초구 등 11개 구에서는 매출이 40% 이상 떨어졌다.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들은 빚을 내 겨우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0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8%(40조원) 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25.2%(82조5000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기업 대출 잔액이 1033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2%(78조4000억원), 2년 전보다 21.1%(180조2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폭이 더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소상공인들이 상환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연체된 금액도 2200억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정책자금 연체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소상공인 정책자금 연체 규모는 2204억원(6143건)으로,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소진공이 관리하고 있는 부실징후기업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실징후기업은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15일 이상 연체하고 있는 사업체로, 6월 말 기준 2764곳에 달해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2321곳)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는 1135곳에 불과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은 거리로 나섰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자영업자들은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재연장과 영업시간 단축 등에 항의하며 ‘걷기운동’ 행사를 열었다. 자영업자들은 “수도권에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1인시위 외에 집회·시위가 금지돼 있어 합법적·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오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 10여명이 국회 앞에 모였고, 빗줄기가 잦아든 오후 1시 이후에는 동시간대에 최대 200∼300명(참가자 측 추산)이 국회 일대를 걸었다. 행사에 참여한 서울 동작구의 호프집 주인 신모(39)씨는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손님들이 주로 2·3차로 찾는 우리 가게는 사실상 손님이 끊기게 된다”며 “코로나 전보다 매출은 10분의 1 수준이고, 2년간 2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상황에 재난지원금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저히 참고만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은 추후 걷기 행사나 차량시위 등 단체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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