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을 길들이다/니컬러스 포크스/조현욱 옮김/까치/3만3000원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시계로 결실을 보았다. 세계 최고의 명품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의 공식 전기를 저술한 저자 니컬러스 포크스는 이 시대 최고의 시계전문가로 꼽힌다. 파텍 필립은 1851년 폴란드의 망명귀족인 앙뜨와르드 파텍과 프랑스의 시계장인 장 아드리앙 필립에 의해 설립된 스위스의 시계 제조 회사이다. 세계 1위의 명품 시계 브랜드로 세계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바쉐론 콘스탄틴과 함께 스위스의 양대 명품 시계로 불린다.
시계가 존재하기 전에도 인류는 시간을 알기 위해 애썼다. 시간을 안다는 것은 만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이었다. 선지자들은 태초부터 태양과 달, 별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시간을 통해 권력을 획득했고 무리를 이끌 자를 선택해 시간을 파악하는 방법을 전달했다.
최초의 시간 측정 장치로 생각되는 이샹고 뼈(ishango bone)는 약 2만 5000년 전의 구석기시대의 유물로 원숭이 뼈에 빗금을 새겨놓은 것이다. 이는 인류 최초의 달력으로 인정된다. 중석기시대의 것으로는 스코틀랜드 워런 평야에 새겨진 달력이 있다. 넓은 평야에 특정한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동짓날에 해가 떠오르는 곳을 정확하게 가리켰다. 이후 인류는 해가 진 밤에도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물시계를 고안하기 시작한다. 물시계는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물의 양을 측정하여 시간을 알 수 있게 하는 시계다.
바빌로니아나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600년경부터 물시계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는 송나라의 천문학자 소송이 만든 물을 이용한 천문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일신라 시대에 물시계를 사용·관리한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있으며, 1434년에는 장영실의 물시계인 자격루가 만들어졌다.
저자는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해 노력해온 인류의 여정을 책 ‘시간을 길들이다’를 통해 잘 짜인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또 시간에 대한 인류의 관념과 이를 해석하는 장치를 통해서 문명의 발전 과정을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흥미롭게 소개했다. 시간에 대한 이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구석기시대의 콩고 열대우림에서부터 오늘날 달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고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기 위한 핵심적인 순간들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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