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직장의 용종, 농양, 암 등에 걸렸을 때도 ‘잔변감’ 느껴지기도
잔변감 느껴지면 큰 병의 신호일 가능성도…무심코 지나쳐선 안돼
대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거나 하면 ‘대장내시경’ 등 검사 받아야

화장실에서 큰일(대변)을 봤는데도 뱃속이 다 비워지지 않고 ‘잔변감’이 느껴지는 것만큼 찝찝한 기분이 느껴지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잔변감이 ‘변비’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치질이나 용종과 같이 장 내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특히 심각한 경우 직장암에 걸렸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잔변감이 느껴지면 병원에서 자세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하이닥에 따르면 잔변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치질(치핵) ▲변비 ▲설사 ▲과민성 대장 증후군 ▲기타 염증성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
먼저 치질이 있을 때 잔변감을 느낄 수 있다. 치질은 치핵‧치열‧치루 등 항문에 생긴 질환을 폭넓게 일컫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항문 쪽에 생긴 덩어리를 ‘치핵’, 항문 점막이 찢어지면 ‘치열’, 누공이 생긴 것을 ‘치루’로 구분한다. 다만 치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치핵’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치핵을 치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장의 마지막 부분인 직장과 항문 사이 부분인 ‘항문관’에는 배변 시 대변이 부드럽게 잘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주는 ‘항문 쿠션 조직’이 있다. 치핵은 항문에 과도한 힘을 주거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거나,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 이 ‘항문 쿠션 조직’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고 혈관 확장이 자주 일어나면서 항문 쿠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치핵 덩어리가 항문이나 항문관 주변에 있으면 항문 위생이 불량해지고, 주름 등에 분비물이 남아있을 수 있으며, 치핵 덩어리나 늘어난 피부 조직이 마치 잔변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잔변감 외에도 배변 시의 출혈이나, 통증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치핵은 초기에는 온수 좌욕이나 약물치료 등으로 호전될 수 있으나, 심할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치질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치질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외과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변비 또한 잔변감의 주요 원인이다. 변비는 일주일에 3회 이하로 배변 횟수가 줄거나 양이 줄고, 대변을 볼 때 심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지나치게 굳어서 딱딱한 대변을 보거나, 대변을 보고도 잔변감이 남아있는 경우 등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변비는 전 인구의 5~20%가 증상을 호소할 만큼 흔한 증상이지만, 변비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변비인 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변비에 해당하는 증상은 ▲과도한 힘주기 ▲잔변감 ▲적은 배변 횟수 ▲딱딱한 변 ▲직장 항문의 폐쇄감 ▲배변을 위한 추가 손동작이 필요한 경우 등이며,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변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변비로 인한 잔변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섬유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변의가 생겼을 때 미루지 말고,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음이나 스트레스 등도 물론,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설사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인한 묽은 변이 잔변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배변 후에도 시원치 않은 잔변감, 가늘게 나오는 변 모두 묽은 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묽은 변을 보게 되는 경우나 깨끗이 닦이지 않는다거나, 여러 차례 닦아도 깨끗하지 않거나, 항문 주변이 따끔거리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묽고 가는 변은 항문관을 깨끗하게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잔변감이 생기고, 이러한 잔변감으로 인해 힘을 많이 주다 보면 직장의 점막이 항문 쪽으로 밀려 나와 마치 변은 있는데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줘 힘을 계속해서 더 주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변이 묽어지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설사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는 경우 묽은 변으로 인한 잔변감을 주로 느끼게 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일종의 장 기능 장애로 만성 복통, 불편감, 더부룩함, 이유를 알 수 없는 배변 습관의 변화 등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내장의 감각 기능 이상, 스트레스, 자극적인 식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설사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설사하는 경우 잔변감도 문제이지만, 치질이나 다른 항문 질환, 대장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묽은 변과 함께 잔변감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도 염증성‧궤양성 대장염, 직장염 등 염증성 질환이나 항문이나 직장의 용종, 농양, 암이 있을 때도 잔변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잔변감은 대체로 심각한 질환의 증상인 경우는 드물지만, 대장암이나 항문의 암일 때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대장내시경 등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거나 표면에 덮여 나오는 경우, 대변이 가늘고, 배변 시에 짜는 듯한 통증과 함께 잔변감이 있는 경우, 묽고 체액이 섞여 있는 암적색이나 회색의 대변, 복부팽만감, 복부 통증, 설사와 변비의 반복, 체중감소, 빈혈, 피로감, 무기력, 발열과 같은 전신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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