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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정 피고인석에 선 중학생 [법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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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7 08:00:00 수정 : 2021-08-17 1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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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폭행·성착취물 촬영한 중학생 3명
‘죄질 불량’ 판단 檢, 소년부 아닌 형사재판으로 넘겨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의 형사법정 재판 안내 게시판.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519호 법정. 앳된 얼굴의 중학생 세 명이 피고인석에 섰다. A(15)양과 B(15)양은 구속 상태라 수의를 입고 있었고, C(15)군은 사복 차림이었다. 이들은 올해 초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를 위협해 성착취물을 촬영한 후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았다. 검찰은 피해자인 동급생을 폭행한 뒤 성착취 영상을 찍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 이들을 소년부가 아닌 일반 형사재판으로 넘겼다.

 

이날은 네 번의 재판이 열린 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창형)가 판결을 선고하는 날이었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의 생년월일을 간단히 확인한 후 주문을 읽기 시작했다.

 

“피고인들이 전체적으로는 이 사건의 각 범행을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며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있으나 범행 내용이 좋지 않은 죄질이 불량한 사건입니다.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참작할만한 사정으로는 피고인들이 범행 당시 만 14세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주 범죄가 성범죄인데 상황 등을 보면 성의식이나 준법의식이 개선여지가 없는 정도까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주문, 이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합니다.”

 

소년부 송치는 소년법상 19세 미만인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사재판의 ‘형벌’ 대신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는 결정이다. 보호처분은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전과가 남지 않고, 소년부로 넘어간 소년범은 1∼10호의 보호처분 중 하나를 받게 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소년부에 송치하겠다는 주문을 읽은 뒤 당부의 말을 정했다. 다시는 형사법정에 오면 안 된다는 따끔한 충고였다.

 

“피고인들이 아직 중학생인 점을 고려해서 소년부에 송치합니다. 최대 2년간 소년원에 수용돼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소년부 판사가 어떤 처분을 하더라도 두 번 다시 형사법정에 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피고인들의 반성문을 보니 ‘15년 인생에 하루도 빠짐없이 반성하고 반성한다’,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돌아가세요.”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양과 B양에게 징역 장기 10년에 단기 5년을, C군에게 징역 장기 7년에 단기 4년을 구형했었다.

 

검찰의 구형이 있은 뒤 진행된 최후진술에선 피고인들의 울음소리로 법정이 꽉 차기도 했다. A양은 준비해온 메모지를 보고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A양은 “당시엔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수감생활을 하며 깨닫게 됐다”며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인 걸 안다. 매일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고 하루 빨리 피해자가 치유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시는 사회에 폐끼치지 않고 도움되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했다.

 

A양이 최후진술을 할 때 계속해서 흐느꼈던 B양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저는 피해자 친구보다 잘난 사람이 아닙니다. 피해자 친구와 전 다를 바 없는 같은 사람이며 어디에도 그 친구가 당해야했던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난 행동을 생각해보니 제가 많이 비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수라는 이유로 혼자인 친구를 함부로 했습니다. 여태껏 수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봤습니다. 제가 그런 일의 가해자가 되고 그 친구가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한 행동으로 그 친구가 상처받았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괴롭습니다. 재판장님, 이번 일을 통해 행동에 책임에 뒤따른다는 걸 배우며 제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잘못된 선택과 잘못된 실수를 판단해주시고, 판단의 위중함을 깨닫게 해주신 검사님과 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씀, 아껴주신 부모님께도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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