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중 주택비중 42.8%
집·주식투자로 부채 9.2% ↑

지난해에도 부동산 ‘불패 신화’는 계속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투자 열기와 가격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지난해 국민순자산의 6.6% 증가는 건물과 토지 등 부동산 값 상승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자산에 비해 금융부채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순금융자산은 오히려 줄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재산이 늘어났지만, 빚도 늘어난 셈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를 살펴보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2020년 말 기준 가계 순자산은 1경423조원으로, 2019년 대비 11.9%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순자산 중 주택이 5334조원으로 42.8%의 비중을 차지했고, 주택 이외의 부동산도 2419조6000억원(19.4%)이었다. 현금 및 예금은 1968조4000억원(15.8%),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986조2000억원(7.9%)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순자산 증가가 상당 부분 주택 가격 상승에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가계 순자산에서 주택의 비중은 2015년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주식 투자 열기와 함께 지분증권 및 투자 펀드 비중도 2019년(6.5%)보다 확대됐다.
가구당 순자산은 5억122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4억6297만원에 비해 10.6% 늘었는데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상당 부분이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금융부채도 크게 늘었다. 20201년 중 가계의 금융부채는 9.2% 증가하며 전년도의 증가폭(5%)을 크게 웃돌았다.
수도권 부동산 밀집 현상도 확인된다. 가계 외 다른 경제 주체를 포함하는 전체 국민순자산 중 토지자산의 지역별 현황을 보면 2019년 말 기준 수도권 지역은 5008조9000억원으로 57.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7.1% 증가한 수치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의 토지 자산은 3753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42.8%를 차지해 전년보다 0.3% 감소했다.
부동산 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국민 전체 자산에서 비금융자산과 금융 부채를 제외한 순금융자산은 2019년보다 92조4000억원(-15.4%) 감소해 50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국민 전체 자산이 증가했지만, 부채가 증가하며 유동자산으로 대표되는 실질적인 부는 소득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빚은 늘고 돈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셈이다. 소득이 그대로라도 부동산 등 자산 가치의 증대는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조정받으면 곧바로 소비가 위축돼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