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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악화할라”… 中 ‘대홍수 민낯’ 숨기기에 급급

입력 : 2021-07-23 06:00:00 수정 : 2021-07-22 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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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폭우 피해 영상·보도 축소 지시

언론·웨이보 등서 관련 글·동영상 검열
물에 잠긴 지하철 참상 글·사진 삭제돼
재난 상황보다 구조장면 부각에 치중

기상청 정저우 기록적 폭우 예측 실패
뒤늦게 ‘적색경보’ 내렸지만 피해 키워

애플 최대 위탁공장 피해 공급난 우려
기록적 폭우로 뒤엉킨 침수 차량들 22일 중국 중부 허난성 정저우의 한 터널 입구에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허난성은 지난 20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최소 3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또 37만6000명이 대피했고 농작물 등 경제적 피해는 12억2000만위안(약 2169억원)으로 추산된다. 정저우=AFP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허난성 성도 정저우 폭우 피해 사진과 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재난 상황 보도보다 구조 장면 등 긍정적 측면의 부각에 더 치중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록적 폭우에도 지하철을 운행해 10여명이 사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자 부정적 내용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영국 가디언 등은 중국 본토 언론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정저우 홍수 피해와 관련된 글과 동영상 등이 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저우는 20일 시간당 최대 201.9㎜의 역대 최대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이 617.1㎜에 이르렀다. 허난성 당국은 폭우로 지하철 안에 갇힌 승객 12명을 포함해 3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물에 잠긴 지하철에서 나온 뒤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사람들 사진은 웨이보에서 삭제됐다. 이 사진을 공유한 이들의 게시물에는 “적대적 외국에 의해 조작될 수 있으므로 삭제하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생존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이, 열차에서 의식을 잃은 이, 급류에 떠내려가는 이, 차량에 갇힌 이 등을 담은 동영상도 삭제됐다.

 

웨이보에 아찔했던 지하철 피해 경험을 올린 글도 삭제되고 있다. 한 여성은 “승객들이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물이 깊어 걷기 힘들었고, 가슴까지 물이 올라오자 호흡곤란을 겪었다”며 “다른 승객들이 가족에게 전화 걸어 계좌정보 등을 알려주는 것을 보고 엄마와 ‘못 나갈 수도 있겠다’고 짧게 통화한 뒤 쓰러질 것만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식이 혼미해지다가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다시 의식을 차렸다”고 덧붙였다. 결국 구조된 이 여성이 웨이보에 쓴 해당 글은 곧 삭제됐다.

지난 20일 시간당 200mm 넘는 폭우로 중국 정저우시 도심이 물에 잠긴 모습. 정저우=신화뉴시스

정저우의 한 변호사는 “대피하는 지하철 승객들이 카드를 대야만 개찰구가 열리는 상황을 지적하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관련 부서’로부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니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하철 개찰구가 열려 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중국 신문사 기자는 SCMP에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재난에 대한 보도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웨이보에서 ‘정저우’를 검색하면 전날까지 지하철 홍수 피해 동영상 등이 우선 검색되거나 자주 눈에 띄었지만, 현재는 구조대 활동 모습이나 영웅적 구조 장면 등이 먼저 보인다.

지난 20일 중국 중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의 주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정저우=AFP연합뉴스

중국 기상청은 정저우의 기록적 폭우 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예보에서 정저우 북쪽 100㎞쯤 떨어진 타이항산 자오쭈오에 19일 최대 500㎜의 비가 예상되니 저지대 거주자들은 피할 것을 경고하면서 “정저우 등에는 영향이 적다”고 한 것이다. 예보와 달리 최악의 폭우는 하루 늦은 지난 20일, 지역도 자오쭈오가 아닌 정저우에 쏟아졌다.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진 20일 오후에야 중국 당국은 뒤늦게 최고 단계인 ‘적색 경보’를 발령했으나 대다수 주민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

 

허난성에 내린 폭우로 인한 성의 직접적 경제 손실은 현재까지 12억2000만위안(약 22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폭우가 계속돼 피해는 더 늘 전망이다. 전 세계 아이폰의 절반가량이 정저우에서 최종 조립되고 있어 아이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만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는 하루 50만대의 아이폰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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