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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건희’로 시작하는 번호표 단다

입력 : 2021-07-22 06:00:00 수정 : 2021-07-21 21: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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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기증자 예우 표시”
인왕제색도 등 2만1600여점 방대
정리 시작 뒤 숫자번호 부여 예정
설레는 마음 안고 입장 대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1일 개막한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관람하려는 시민들이 박물관 입구에 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의 백미로 꼽히는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건희’라는 번호표를 달게 된다. 인왕제색도를 포함,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9797건 2만1600여 점에 ‘건희’로 시작하는 소장품번호를 붙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박물관의 다른 소장품과 구별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기증자인 고 이건희 회장의 이름을 딴 소장품번호로 정함으로써 기증의 의미를 부각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최고, 최대로 꼽히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의 의미를 고려해 소장품번호를 ‘건희’로 정해 유족 측에 제안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통상 소장품번호는 유물의 출처, 소장처로의 유입 경로 등을 드러내는 단어와 임의로 부여하는 숫자를 합해 정한다. 기본적으로 소장품 관리를 위해 부여하는 번호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익숙한 건 아니지만 전시회 유물 설명 패널 등에 표시된다. 가령 ‘백자 철화 포도원숭이문 항아리’(국보)의 소장품번호는 ‘본관 2029’다. ‘본관’은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인수했다는 의미다. 새로 구입한 것임을 의미하는 ‘신수’, 덕수궁미술관 소장품이었음을 나타내는 ‘덕수’ 등도 있다.

기증품의 경우에는 ‘증’으로 단순하게 표시하지만 기증의 의미가 크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는 독자적인 표현으로 소장품번호를 정하기도 한다. 기증자의 ‘호’(號)가 자주 활용되는데 박물관에 4900여 점을 기증한 이홍근 선생의 기증품에 ‘동원’을, ‘백자청화초화문표형병’(보물) 등 가치가 뛰어난 유물이 많은 박병래 선생의 기증품에 ‘수정’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컬렉션 유물에 이 회장의 이름을 딴 소장품번호를 붙이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결정은 이건희 컬렉션의 엄청난 규모를 감안해 내린 것이기도 하다. 9797건 2만1600여 점의 기증품을 ‘증’으로 표시할 경우 기존의 것에 더해져 숫자번호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관리하는 데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소장품번호를 붙이는 방식에 교과서적인 원칙이 있는 건 아니라서 독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정도로 양이 많거나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독자적인 번호를 붙인다”며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정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숫자번호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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