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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감염됐는데 軍은 자화자찬…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

입력 : 2021-07-21 15:12:24 수정 : 2021-07-21 20: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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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장병들이 탑승한 버스가 지난 20일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집단감염을 막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

 

동일집단 90%라는 최악의 감염률을 기록하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의 모습을 두고 군 안팎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대규모 감염 사태는 출항 당시 장병들이 백신을 맞지 못했음에도 작전 기간(약 5개월) 내내 백신 접종 계획을 검토하지 않고, 의심환자 발생 후에도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실시하지 않는 등 군 당국과 정부의 부실대응이 초래한 결과다. 승조원들이 타이레놀 한두 알로 버텼다는 가족들의 증언까지 나왔는데도 국방부는 귀환작전에 대해 자화자찬 하는 등 서욱 국방부 장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부 때는 책임자가 사퇴하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무의미한 사과만 남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전날 귀국한 청해부대 승조원 301명에 대한 PCR 검사를 다시 진행한 결과 270명(전체의 약 90%)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중증도 증상을 보이는 3명 등 14명은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287명은 국방어학원과 민간 시설로 이동해 전원 PCR 검사를 받았다. 양성 판정을 받은 장병들은 현재 머무르는 병원이나 시설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청해부대 34진 파견부터 집단감염 발생까지 군 당국의 방역 대책은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선 2월 초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항해 3월 초 현지에 도착했지만 장병들에 대한 군 당국의 백신 접종 계획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청해부대 지휘관리 책임이 있는 합동참모본부는 이달 초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5개월 동안 국방부에 백신 접종 건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8명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함정도 집단감염에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국방부 역시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군수물자 적재를 마친 뒤인 지난 2일 첫 유증상자가 발생한 뒤에도 안일한 대응은 이어졌다. 유증상자는 PCR 검사를 받지 않았고, 일반적인 감기약만 복용했다. 이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장병들이 늘자 지난 10일 징병 41명을 대상으로 간이 검사(신속항체검사)만 했다. 지난 13일 샘플 PCR 검사에서 6명 전원이 확진 판정이 나오고 이틀 후(15일)에야 전원 PCR 검사가 진행됐다.

 

합참은 관련 보고를 10일에 받았지만 확진자가 발생한 14일에야 국방부와 통합 상항 관리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군 당국이 매번 늑장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셈이다. 아울러 청해부대가 출항할 당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군 당국이 이를 챙기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창군 이래 집단감염으로 부대가 초기 철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정부 대응은 국방부 장관의 ‘사과’에 그쳤다. 서 장관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2월 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 28일), 공군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6월 9·10일, 7월 7일) 등으로 다섯 차례 고개를 숙인 데 이어 전날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이 21일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하지만 군은 같은 날 국회에 “우리 군사외교력이 빛을 발휘한 사례”라며 귀환작전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자료를 보고하는 등 서 장관의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이런 모습은 군 조직과 장병들 사기 등을 위해 책임자를 경질한 과거 정부 대처와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 등의 책임을 물어 ‘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을 사실상 경질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한 경비정의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 시 북한군과의 교신 보고 누락 파문 등을 이유로 조영길 국방장관을 문책성 경질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번 청해부대 사태와 관련해서, 야당은 서 장관은 사퇴는 물론 군에 책임을 전가하는 대통령 태도도 문제 삼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상습적인 책임 회피와 부하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날로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면서 “군 당국에 질책하기 이전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자신의 잘못을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비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서 대부분 장관 사퇴 또는 경질이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사과문 발표 정도에만 그치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불미스러운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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