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후쿠시마(福島)현산 식자재 사용을 우려해 대한체육회가 한국 선수단에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 일본 정부 및 언론들은 일제히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식사에 후쿠시마현산 식자재가 사용되는 것을 우려해 선수촌 인근 호텔을 빌려 한국 선수단의 도시락을 준비하는 급식센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한국에서 조리사 및 영양사 등 24명을 파견했으며, 식자재의 방사능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의 이같은 결정에 지난 20일 마루카와 다마요(川珠代) 올림픽담당상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피해 지역의 식재료는 관계 법령에 근거해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 방사성 물질 오염을 이유로 자국 농산물을 반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집권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교부 회장 또한 “식자재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후쿠시마 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의 결정에 유감을 드러냈다. 요미우리신문은 “대한체육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 지역 식자재에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안전이 확인된 농수산물만 출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도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비난하며 “한국산 식재료의 질이 더 떨어진다”, “식중독에 걸리면 그것도 일본 책임이라고 할 건가”, “한국이 일본 농부들에게 상처를 줬다” 등의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을 향한 일방적인 비난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후쿠시마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이 그렇다.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일본인들도 후쿠시마산 재료는 피하는 상황인데, 후쿠시마산 재료를 먹고 혹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에 상처가 된다” 등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어 이같은 여론이 더욱 확대될 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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