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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미홍·셀레나 고메즈·최준희가 앓았던 ‘천의 얼굴’ 루푸스는 어떤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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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0 19:43:45 수정 : 2021-07-21 16: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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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포함 젊은 여성 주로 발병하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
환자 각각의 증상 모두 달라…‘천의 얼굴 가진 질환’이란 별명 붙어
원인 명확치 않아 진단 어려워…방심했다가 치명적 ‘장기손상’ 발생
급성악화 차단·질병활성도 낮은 상태 등 유지…장기손상 예방이 목표
임신·자외선·여성호르몬 등이 악화요인…꾸준한 관리로 삶의 질 제고
고(故)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왼쪽)와 미국 배우 셀레나 고메즈(가운데), 배우 고(故) 최진실 씨의 딸인 최준희 양

 

고(故)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와 배우 고(故) 최진실 씨의 딸인 최준희 양, 미국 배우 셀레나 고메즈가 앓았던 병으로 유명한, 면역계의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질환 ‘루푸스’(lupus). 

 

이 질환의 정확한 이름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로, 가임기를 포함한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병하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신체를 지켜주는 면역세포가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자신의 건강한 장기나 조직, 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루푸스는 이러한 염증 반응이 피부, 관절, 폐, 심장, 신장, 뇌신경계, 혈관 등 다양한 신체 기관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루푸스를 앓는 경우 각각의 증상이 모두 달라 전신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이라고도 부른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루푸스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진찰, 임상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혈액, 소변, 영상 검사, 장기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홍승재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 환자 65% 이상이 16~55세에 해당하는 젊은 여성의 병이지만 최근에는 고령화 및 빨라진 초경으로, 해당 발병 연령층의 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루푸스는 전신에서 여러 증상을 보이며 예기치 못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만큼 주치의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푸스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 기전인 자가면역기전에 의한 원인으로 추정되며 바이러스나 세균, 과도한 스트레스, 자외선, 호르몬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발병한다. 분명한 원인이 없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진찰, 임상 소견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살피고 혈액, 소변, 영상 검사, 장기의 조직검사로 진단한다. 

 

루푸스는 아직 완치의 개념이 없다. 질병 활성도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최선이다. 급성 악화를 막고, 질병 활성도를 낮은 상태 또는 관해 상태로 유지해 여러 장기의 손상을 예방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이 치료 목표다. 

 

루프스병. 게티이미지뱅크

 

루푸스 치료는 적절한 약제의 선택,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휴식과 일상생활 관리가 필수다. 일상생활 관리는 직업 선택이나 작업 환경의 조정, 스트레스의 적절한 해소, 금연, 균형 잡힌 영양관리 등이 포함된다. 

 

약물치료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가장 중요한 근간으로 루푸스의 활성도와 침범된 장기에 따라 다르다. 작업 환경의 조정, 스트레스의 적절한 해소, 금연, 균형 잡힌 영양관리 등도 요구된다. 

 

루푸스 활성도가 낮은 경우 피부 발진이나 흉막염·심낭염·장막염·관절염 등이 동반된다. 이 경우 항말라리아제·저용량 스테로이드·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투여한다. 반면 신장·뇌신경계·폐·심장 침범·혈관염·신경염·심한 혈소판 감소증이 생기면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한다. 합병증 치료를 위해 이뇨제·혈압강하제·항경련제·항생제 등도 사용한다. 

 

홍 교수는 “질병활성도를 평가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용량을 조절해 꾸준히 치료해야 하고 조기진단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뇌신경계, 신장, 혈관 등 주요장기에 침범한 증상으로 처음 내원한 환자는 치료가 매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이 경우 치명적일 수 있어 초기부터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강력한 면역억제제, 면역조절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푸스 악화 요인으로는 임신·자외선·여성호르몬 등이 꼽힌다. 이들 요인은 면역세포 활성화로 자가면역반응을 증가시켜 환자들을 괴롭힌다. 

 

임신 자체가 질병을 악화할 수 있으나 질병 활성도가 없는 관해 상태가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활동성 중증의 장기 침범 루푸스신염, 심한 폐동맥고혈압, 만성콩팥병증, 전자간증을 앓은 병력과 같은 합병증이 없으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캠페인을 위해 의사의 손에 보라색 인식 리본이 달린 세계 루푸스의 날. 게티이미지뱅크

 

홍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항인지질항체나 항Ro(SS-A), 항 La(SS-B)항체가 체내에 존재하는 경우 유산이나 임신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류마티스 전문의와 상의해 임신 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치료약제 중 항말라리아제와 저용량 스테로이드는 임신 중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마이코페놀레이트 등의 면역억제제는 태아 기형의 위험이 크므로 임신 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광과민 반응이 있는 환자에서 자외선은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지수(SPF) 15이상 선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양산 등으로 피부가 직접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피임 목적이나 폐경 후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여성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루푸스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예방접종도 루푸스를 악화시킨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인플루엔자(독감)와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안전성이 확인했다. 하지만 면역억제제로 치료 중인 경우, BCG(결핵예방접종), MMR(홍역, 볼거리, 풍진), OPV(경구용 소아마비백신), 일본뇌염, 수두백신, 대상포진 백신등의 생백신은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또 항인지질항체를 가지고 있는 루푸스 환자들은 혈전의 위험성이 높아 코로나 백신의 경우 혈전 위험성이 적은 mRNA백신을 권고한다. 

 

홍 교수는 “루푸스는 초기 증상과 징후에 따라 내원 경로가 다양하고 진료시 증상에 따라 여러 진료과와의 협진과 진단이 아주 중요하다”며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꼭 주치의와 상의해 조기에 발견하고 끊임없이 관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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