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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대란’ 맞아 공공기관 찜통인데… 문 열고 에어컨 '빵빵'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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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1 06:00:00 수정 : 2021-07-21 09: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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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최근 사무실용 선풍기를 사비로 샀다.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 지침에 따라 에어컨 가동이 멈추면서 더위를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안 그래도 건물이 전면 유리로 돼 있어 찜통인데 에어컨까지 안 나오니 심란하다”면서 “다른 동료들도 더위를 먹어서인지 기운이 없다”고 말했다.

 

#2.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20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입구부터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실내 온도는 20.9도. 매장 안 손님 절반 이상은 입은 옷 위에 카디건 등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노트북을 펴고 공부를 하던 한 손님은 아예 집에서 챙겨온 담요를 두르고도 추운 듯 몸을 떨었다.

 

20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가게들이 에어컨을 가동한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장한서 기자

폭염과 열돔 현상으로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서 공공기관 냉방을 일시 중단하는 등 정부가 ‘전기 아끼기’에 나섰지만 카페 등 일부 영업장에서는 과한 냉방으로 오히려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개문냉방’ 영업도 계속되고 있어 전력 낭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재진이 이날 종각·명동·건대입구 일대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매장 20곳의 실내 온도를 측정한 결과 정부가 권고한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 기준인 26도 이상인 매장은 절반도 되지 않는 7곳뿐이었다. 26도보다 실내 온도가 낮은 13곳 중 7곳은 24도 이하였다.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대형 카페는 1층 문을 열어놓고도 실내 온도가 24도에 불과했다. 실외 온도는 31도.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양산을 쓰고 지나다녔지만, 매장 안은 한기가 가득했다. 2층에 앉아 있던 20대 남성은 “요즘같이 더울 때 카페라도 시원해서 좋다”면서도 “계속 있다 보니 추워서 곧 나갈 계획”이라고 말하며 양손으로 팔을 비볐다.

 

프랜차이즈 카페 본사 측은 정부 권고에 따라 실내 온도 26도를 지침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매장 온도는 고객 요구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26도 기준을 그대로 지키고 있지만 실제 매장에서는 고객 요구나 매장 구역별로 온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20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의 실내 온도가 22.9도를 가리키고 있다.   장한서 기자

대형 카페뿐 아니라 각종 상점의 개문냉방 영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명동 거리에 줄지어진 상점 대부분은 에어컨을 가동한 채로 문을 열어뒀다. 한 신발가게 직원은 “정부 지침이 자꾸 바뀌어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영업 지침은 오전, 오후 둘 다 개방하는 것”이라면서 “실내 온도가 26도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또 다른 화장품 매장 직원 역시 “종종 문을 열어두는데 안 되는지 몰랐다”며 가게 문을 닫았다.

 

건대 인구의 한 무인 즉석 사진가게는 내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입구에 있는 에어컨 소리가 길가까지 들릴 정도로 냉기가 강하게 흘러나왔다. 인근의 한 식당도 문을 열어 둔 채 냉방 중이었다. 이 가게 직원은 “코로나19 환기 때문에 문을 열어놨다”면서 “온 손님들이 다 코로나19에 걸리게 할 순 없지 않냐. 장사도 안 되는데 전기료만 많이 나가고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근처 화장품 가게 사장도 “자동문이 아니라 문을 닫아 놓으면 손님들이 올 때마다 소독해야 하는 게 번거로워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문을 열어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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