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수년간 각계 유력인사와 그룹 임원들의 청탁을 받아 이들의 자녀와 조카 등 신입사원을 무더기로 채용한 사실이 세계일보 단독기사로 알려지자 LG그룹 직원들은 최고결정권자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며 성토했다.
19일 직장인들의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따르면 LG직원들은 채용청탁 대상자들의 명단인 ‘GD(관리대상) 리스트’를 단독입수한 세계일보 기사들을 공유하며 “해명이나 입장문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직원은 “LG는 깨끗한 기업이다. 이런 자부심으로 회사를 좋아했는데, 이게 뭡니까.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해명이라도 해주세요.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회사인데 말이 되는 짓입니까. 회장단은 책임지고 연루자들 목 다 날려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벌써부터 친구들이 놀리기 시작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직원은 사내 HR(Human Resource, 인적자원)부서를 Human Request(인사청탁)부서라고 풍자하며 “집에 가족들 보기 안 부끄럽냐”고 지적했다.
특히 자녀와 지인 자녀 등을 인사청탁한 것으로 GD리스트에 기록된 최고위경영진 등을 향해선 집중적인 성토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집에 가야지”, “이게 회사에서 말한 정도경영이냐”, “회사가 완전 자기 사기업이구만”이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그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매관매직을 자행하는 구나. 임원끼리는 나눠가지면서 수확이 잘 돼도 곳간을 걸어잠근채 주린 구성원들을 더욱 채찍질하는 것이 인화란 말인가? 지금이 정녕 무슨 시대란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LG가 표방하는 정도경영에 대해서도 “???:정도경영은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 임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 “말로만 정도경영”, “느그정도경영 클라스”, “정도경영이 정도껏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추천한 임원이나 좋다는 다니는 얘들이나”, “내가 이정도도 못해?라고 생각할 듯”이라고 글을 쓴 직원들도 있었다.
일부 젊은 직원들은 회사내 586세대를 직접 겨냥했다. 한 직원은 “586세대 진짜 너무한다. 자기들이 젊은시절 외치던 개혁은 온데간데 없고 IMF 때 윗사람들 죄다 명퇴하면서 고속 승진하고 수십년 임원하다보니 기득권이 돼서는 손에 가진 것 지키고 대물림 시키느라 본인들이 저항하던 대상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불공정 건드리면 MZ세대 개뿔난다. 대선주자들도 공정, 공정 떠드는데..한심한 LG경영진들”이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한 직원은 “옛날에는 몇년에 한 번 정도 어쩌다 한 번 뉴스에 나왔는데 올해만 뉴스에 몇 번이나 올라왔다”며 “회사가 망조가 든 것 같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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