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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집단감염 ‘3중 부실’… ① 오판 ② 미흡 ③ 소극 대응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07-19 18:52:00 수정 : 2021-07-20 07: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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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방역무지가 부른 ‘총체적 인재’
① 백신 외면·감기 오판
기항지 외부접촉 후 첫 유증상
감기약 처방… 합참 보고도 누락
② 격리조치 미흡
정확도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
음성 나오자 그대로 단체 생활
③ 유엔에 협조 요청 안해
국제 임무 중이라 백신요청 가능
사태 악화 될 때까지 소극 대응
완전무장한 청해부대 교대 병력 국방부 특수임무단 장병들이 19일(현지시간) 오후 청해부대가 정박해 있는 아프리카 해역 인접지에 도착해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승조원 82%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것은 군 당국의 안이한 판단과 대응에 따른 총체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얼마 전 공군 여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군이 또다시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8명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함정 내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이 됐는데도, 이를 등한시하고 선제적 방역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군 수뇌부의 책임이 커 보인다.

◆안이한 대응이 ‘화’ 키워

국방부와 합참은 지난 16일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실이 처음 확인된 뒤 “청해부대 34진은 2월에 출항해 파병 전 예방접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3월 시작된 군 의료진 예방접종과, 5월 일반 장병 접종 일정에 비춰 2월 8일 출국한 청해부대 34진은 물리적으로 접종 대상이 될 수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예방접종을 했다가 자칫 ‘아나필락시스’ 같은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응급처치가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승조원 중 30세 미만 장병은 화이자 백신을 맞혀야 하는데, 이를 보관할 초저온 냉동고가 문무대왕함에는 없다는 것도 제시했다. 출항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승조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아 다소 안심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군 수송기가 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특수임무단 지휘부가 현지 도착 전 기내에서 임무수행 브리핑을 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했고, 기항지에서 떠난 첫날인 지난 2일 첫 유증상자가 발생했다. 단순 감기로 여겨 합참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후 유사 환자가 속출하자 청해부대는 8일 뒤인 지난 10일 승조원 40여명에 대해 ‘신속항체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모두 음성으로 판정되자 이 결과만 믿고 환자들에 대한 격리 등 추가 방역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첫 감기 환자 발생 열하루 뒤인 지난 13일에서야 인접국 협조 아래 유증상자 6명의 샘플로 PCR 검사를 의뢰했다. 이틀 뒤 이들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과 10일, PCR 검사를 의뢰하고 즉각적인 격리조치를 취했다면 급속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청해부대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 대신 감염 식별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 키트(800개)를 보급한 국방부와 합참의 처사도 문제로 지적된다. 군 소식통은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청해부대 34진이 떠난 뒤인 3∼4월쯤 사용허가가 났지만 이후에라도 키트를 보내 대비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에 주기 되어 있는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을 적재 완료한 후 장병들이 기내에서 파이팅을 하며 안전후송을 다짐하고 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34진 전원의 안전후송을 위해 작전명을 오아시스 작전으로 명명하고 이날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해당 지역으로 급파했다. 국방부 제공.

◆유엔 도움·백신 해외 반출 고민 안 해

청해부대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것인 만큼 유엔에 백신을 요청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도 군 당국은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수입 백신의 해외 반출을 질병관리청과 논의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함이 국제법상 소속 국가 영토로 간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인 점을 고려하면 유엔과 협조해 기항지 또는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FM)에서 백신을 접종할 근거는 충분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해외파병 부대 등 백신을 국외 반출하는 것은 세부적으로 논의한 게 없다”면서도 “국제법상 한국 국민에 대한 접종이기에 제약사와 협의해서 백신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행기를 통해 백신을 보내야 하는 유통 문제 등으로 어렵다고 봐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도 “백신 해외 반출이 어렵다며 수수방관하고, 유엔 협조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군 지휘부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국방부와 합참은 파병부대 운용에 관한 매뉴얼과 지침에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응 절차 등을 마련하는 등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목소리 비판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정부와 군이 우리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최초 유증상자가 나왔을 때 감기약을 처방할 게 아니라 곧바로 PCR 검사 등으로 확인했다면 참사를 막았을 것”이라며 “군 당국의 안일함과 무능함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당국은 안일한 부분이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해외 파병부대 전반에 대한 점검과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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