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압력 높여
“유동성 과도한 확대 막아야” 경고
기준금리 조기 인상 입장 뒷받침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경기가 회복되고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받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은행 이슈노트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 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 점검’에 따르면 최근 대내외적인 경기회복이 우리 경제의 수요·공급을 늘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측면에서는 백신접종 진전에 따른 경기회복으로 ‘펜트업’(억눌린) 소비가 완만히 늘어나고, 경기부양책과 글로벌 성장세가 겹치며 대내외 수요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해상운임 급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6월 광산품·석탄 및 석유제품·1차 금속제품 등 수입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동월 대비 14% 증가한 것도 원자재와 해상운임 비용이 오르며 수입물가가 뒤따라 오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원자재가격 추세가 10% 상승하면 4분기 후 소비자물가는 0.2% 상승해 장기간 지속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해 원자재가격과 소비자물가의 관계를 설명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정도를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올리고,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위험이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이 약 71%를 좌우하는데, 향후 경기회복과 에너지가격 상승이 함께 일어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중장기적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적 특성도 중장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 국가들의 영향을 받는 탓에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시행하는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상승이 국내로 전이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하고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보고서는 기준금리를 조속히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입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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