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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보고 산다… 무인점포 올빼미족 취향저격 [S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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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7 12:30:00 수정 : 2023-12-10 15: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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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비대면 '무인매장' 확산

평일 짬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인기’
딜러 없는 전시장서 차량 맘껏 탑승하고
휴대전화 신제품 비교하고 셀프 개통도
편의점·요식업계선 키오스크 적극 활용
백화점도 무인결제 ‘언커먼스토어’ 가세
‘비용 절감·수요 확대’ 기조 속 확산 가속

‘야간무인매장 운영 중.’

 

14일 오후 9시 서울 서초구의 LG베스트샵 서초본점 매장은 불이 환하게 켜진 채로 해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평소 같으면 영업이 끝났을 시간이지만 LG전자가 지난 5월26일부터 ‘야간무인매장’ 운영을 시작하면서 밤 시간대에도 고객들이 자유롭게 매장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원래 야간무인매장 운영시간은 오후 8시30분부터 자정까지이지만 정부 코로나 방역 강화 지침에 따라 오후 10시까지로 단축됐다.

 

무인매장에 입장하려면 일종의 ‘통과 절차’가 필요하다. 매장 입구에 세워진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본인인증 절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표를 작성한다. 해당 절차를 완료하는 순간 닫혀 있던 매장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매장에 들어서면 1층 라운지에는 안내를 위한 키오스크가 준비돼 있다. ‘LG전자 베스트샵 서초본점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터치하면 매장 층별 안내와 더불어 필요한 가전제품이 어디에 있는지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서자 직원이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마치 매장 전체를 전세 낸 듯한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좋은 점은 눈치를 보지 않고 제품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직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데 부담감이 있었다. 무인매장에서는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제품 구경이 가능했다.

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LG전자 베스트샵 서초본점에서 자율주행로봇 ‘클로이’가 매장 안내를 하고 있다. 남혜정 기자

매장 곳곳에 안내를 위한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고, 자율주행로봇 ‘클로이’도 카탈로그를 싣고 매장을 돌아다니고 있어 제품 정보를 얻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어떤 제품을 어떤 식으로 구경해야 할지 막막한 고객들을 위한 ‘야간무인매장 제품 체험 가이드’도 구비돼 있었다. 해당 가이드에 따라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무선청소기와 로봇청소기를 직접 사용해 봤다. 또 스타일러에 입고 온 옷을 넣고 20분 급속코스를 체험해 볼 수 있게 돼 있어 가져온 카디건을 이용해 성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키오스크를 통해 상담예약을 신청하고 추후 재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평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에게 야간매장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컸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30대 직장인 박모(32)씨는 “결혼 준비를 앞두고 혼수를 준비해야 하는데 평일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제품을 차근히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편하다”고 말했다.

 

LG베스트샵 무인매장은 서울 강서본점, 금천본점, 봉천점, 불광본점, 쌍문본점, 서초본점 등 서울 지역의 6개 매장을 포함해 인천 부평구청점, 경기 일산본점, 부산 사상본점까지 모두 9곳이다. LG전자는 고객의 반응과 운영 결과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향후 무인매장과 운영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대기업, 통신업계까지 무인화 ‘바람’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무인매장이 ‘일상화’되고 있다. 과거에도 편의점 등을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키오스크 등을 활용한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 왔지만, 최근 AI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주력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비롯해 비대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 등이 맞물리면서 대기업에서부터 통신업계까지 산업 전반에 무인화가 스며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의 ‘야간 언택트 전시장’에 AI 서비스 로봇인 ‘DAL-e(달이)’와 전시된 차량 모습. 현대차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비대면 흐름에 발맞춰 지난해부터 ‘야간 언택트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초다. 평일 오후 8시부터 10시, 주말 저녁 오후 6시30분에서 10시 사이에 현대자동차 송파대로지점을 방문하면 LG 베스트샵처럼 딜러가 없는 전시장에서 차량에 마음껏 탑승해 볼 수 있고 인증샷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자동차를 설명해 응대직원이 없지만, 차량마다 비치돼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제원, 가격 등 세부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현대차의 AI 서비스 로봇인 ‘DAL-e(달이)’가 상주하고 있어 매장 안내를 돕는다.

LG전자가 지난 5월 처음으로 오픈한 무인매장에서 모델들이 키오스크로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통신업계에서도 경쟁적으로 비대면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서울 종로구에 1호 무인매장 ‘U+언택트스토어’를 열었다. 임경훈 LG유플러스 컨슈머영업부문장은 “타인과의 접촉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MZ세대의 비대면 구매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오프라인에서는 직원 응대 없이 고객 스스로 손쉽게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완전 독립형 언택트스토어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0월 서울 홍대 T팩토리에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무인매장을 선보였고, KT 역시 지난 1월부터 대구 동성로에서 하이브리드형 무인매장 ‘KT셀프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KT는 올해 안에 2호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이들 매장에서는 고객이 직접 휴대전화 신제품을 비교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가입신청 및 요금제 선택, 부가서비스 혜택 선택 등 셀프 개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무인·하이브리드 점포 수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업체 등 무인화를 오래전부터 도입해온 유통업계는 무인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페어런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9년 11억달러(1조2570억원)에서 2027년 24억달러(2조7430억원)로 연평균 10%씩 성장할 전망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키오스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전체 400여개 매장 가운데 70%에 달하는 280여곳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KFC는 2017년 전국 모든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한다고 선언한 뒤 1년 만인 2018년 주요 프랜차이즈 가운데 최초로 이를 달성했다. 버거킹도 전국 매장의 90% 이상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의 모든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무인점포와 하이브리드 점포를 지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CU는 지난 3월 기준 무인점포 1개와 하이브리드 점포 270개를 운영 중이다. 하이브리드 점포는 일반 점포와 무인점포의 중간 형태로, 주간에만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셀프 계산 시스템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CU는 올해 무인점포와 하이브리드 점포 100곳을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다. GS25가 운영 중인 무인·하이브리드 점포도 430개로 1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났다. GS25 역시 연말까지 해당 점포를 6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는 전체 5500여개 매장 가운데 하이브리드 매장을 150여개 운영 중이다.

 

백화점도 무인화 추세에 맞춰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서울에 첫 무인자동결제매장인 ‘언커먼스토어’를 선보였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의 응용기술과 AI, 머신러닝 등 현대백화점의 연구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아마존고와 유사하게 QR코드를 통해 입장하면 40여대의 AI 카메라와 15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 200여개의 마이크로 컴퓨터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한다. 고객이 물건을 들고 나가면 자동결제가 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김준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디지털 기술의 발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절감 수요가 비즈니스의 무인화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입지가 축소되는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접점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판매방식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포문 연 美 ‘아마존고’… 물건 담아 걸어 나가면 끝∼

 

최근 무인 매장이 본격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무인 매장 열풍이 거셌다. 무인 매장의 포문을 연 것은 미국의 ‘아마존고(Amazon Go)’다. 아마존고는 세계 최대 물류기업인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 식료품점이다. 2016년 12월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건물 ‘데이원’ 1층에 1호점이 자리 잡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 이상의 시범운영을 거친 후 2018년 1월 정식으로 일반인들에게 문을 열었다. 현재는 미국 전역에 약 30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아마존고의 핵심은 컴퓨터 비전과 센서 융합, 딥러닝 알고리즘이 합쳐진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이다. 말 그대로 필요한 물건을 담아서 걸어 나가면 된다. 계산을 하기 위해서 줄을 설 필요도 계산원이나 키오스크 결제를 거칠 필요도 없다. 고객이 입장할 때 QR코드만 스캔하면 매장 천장에 설치된 네트워크에 연결된 카메라들이 여러 각도에서 고객 동선을 파악하면서 소비자가 선택한 상품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고객이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으면 자동 계산된다. 쇼핑 도중 물건을 다시 진열대에 두면 계산에서 제외된다. 고객이 최종 고른 상품을 갖고 매장을 나갈 때 애플리케이션에 연결된 신용카드로 결제가 이뤄진다.

 

중국 역시 최저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고령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무인 매장이 빠르게 활성화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2017년 7월 유통사업의 하나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셀프감지센서, 머신 러닝, 위치추적, 이미지·음성 인식 등을 기반으로 한 무인 편의점 ‘타오카페’를 런칭했다. 아마존고와 동일하게 상품을 고른 후 계산대에 들어가서 물건을 들고 서 있으면 기계가 상품을 스캔하고 결제를 진행한다.

 

24시간 운영되는 무인편의점 ‘빙고박스’도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빙고박스는 장소와 관계없이 15㎡의 공간에 어디든 설치와 이동이 가능하다. 편의점 내 모든 상품에는 무선식별시스템(RFID) 태그가 있어서 소비자가 상품을 골라 계산대에 두면 모니터에 해당 상품의 정보와 가격이 나오고 전자결제 솔루션을 통해 휴대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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