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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나부터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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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6 22:59:14 수정 : 2021-07-16 22: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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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조금씩 앞으로 붙읍시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한 남성이 앞을 향해 소리쳤다. 긴 시간 기다렸지만 한참 남은 대기줄에 격앙된 목소리였다. 앞사람과 거리를 두던 이들은 멋쩍은 듯 간격을 좁혔다. 하지만 간격을 좁혀도 대기줄은 300m 가까이 길게 이어졌다.

장한서 사회부 기자

선별검사소가 북새통을 이룬 것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발 집단감염의 여파였다. 백화점에서 확진자가 이어지자 방역당국이 2주 동안의 방문자 모두에게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검사를 받은 방문자는 1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며칠간 강남 지역 선별검사소 앞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긴 대기줄이 담긴 사진이 수많은 언론에 보도됐다.

이날 이곳을 찾은 것은 취재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지친 표정의 다른 수많은 이들처럼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줄에 서 있었다. 백화점 방문자 1만5000여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검사를 위해 기다린 시간은 3시간. 더운 날씨에 나도 모르게 짜증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의료진을 만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래 기다리셔서 힘드셨죠.” 나보다 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의료진이 건네는 위로에 내 감정은 민망함과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긴 대기시간은 안일했던 내 행동이 초래한 결과로 여겨졌다.

몇달 전만 해도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사적인 약속은 거의 잡지 않았다. 그러나 7월이 다가오면서 나도 모르게 해이해졌던 것 같다.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쳐 있던 내게 ‘7월이 되면 사적모임 제한은 6인까지, 영업제한시간은 자정까지로 늘어날 것’이란 방역당국의 말은 달콤하게만 들렸다. 오래 못 보던 지인을 만나고, 휴일엔 백화점을 방문했다. 별다른 불안감은 없었다. 결국 이런 안일함이 나를 선별검사소로 이끌었던 것이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선별검사소에서 봤던 의료진의 지친 표정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섣부른 기대감이 그들을 힘들게 한 것 같았다. 나처럼 안일해진 이들이 많았던 것일까. 최근 코로나19 상황은 연일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던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다.

최근 또다시 선별검사소를 찾았다. 이번에는 취재를 위해서였다. 폭증한 검사대기자와 폭염이란 이중고를 겪는 의료진은 “더운 날씨에 방역 장갑을 끼고 일하다 보니 손가락 껍질이 다 벗겨졌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적용 후 한산해진 밤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버티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의료진은 코로나19 전선에서, 자영업자들은 생계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는 모습이었다.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일상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나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쯤이야’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 방역복을 입고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안일했던 마음을 거두고 다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나부터 반성한다.


장한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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