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갑질 행위 두둔… 사과·책임 인정도 제대로 안 해”
학교 관계자 “모두 사실과 멀어… 이렇게 흘러가는 상황에 자괴감”

서울대 교내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대학 노동조합 측이 책임자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 분회 등은 10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명 결과는 서울대 총장실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 전달될 예정이다.
◆공동행동·노조 “사망 뒤에 고강도 노동과 직장 내 갑질 있었다”
이들은 서명문을 통해 “사망 사건 이후 고인의 죽음 뒤에 지나친 노동강도 및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이 있었음이 드러났다”며 “대학 관계자는 갑질 행위를 두둔했으며 대학 당국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도, 책임 인정도, 실질적인 대책 제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노사 공동 산업재해 조사단을 구성하자는 노조 측의 요구에도 거절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공동대응 등은 숨진 청소노동자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100L 쓰레기봉투를 옮기는 청소업무를 담당했고, 코로나19로 노동강도가 높아졌음에도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이 불필요한 복장 검열 및 시험 실시, 군대식 청소검열, 임금삭감 협박 등의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교 측에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학교의 책임 인정과 사과 △노사 참여 산업재해 공동조사단 구성 및 청소노동자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직장 갑질’한 팀장 등 책임자 징계 △인력충원 등 근본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앞서 청소노동자 이모(59)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낮 동안 휴식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평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노조 등은 이씨가 근무 중 직장 갑질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사측 관리자가 그가 근무한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는 등 시험을 진행한 뒤 점수를 공개해 모욕감 줬고, 청소노동자가 참석하는 회의에 ‘멋진 복장’을 착용하라고 하는 등 ‘드레스 코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학 서울대는 지난 8일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청소미화원 사망과 관련해 총장 직권으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대 학생처장 “직무교육 과정”
이에 대한 학교 관계자의 반박도 나왔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구민교 학생처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이 역겹다”며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필기시험과 ‘드레스 코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구 처장은 “직무교육 과정에서 2차례 이뤄졌는데 일부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어 더이상 시행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갑질 코드가 아니었다”고 했다.
특정 복장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3시30분에 시작하는 업무 회의 후 이분들이 바로 퇴근하라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오시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들 눈에 뭐가 쓰이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정말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썼다. 해당 글은 현재 구 처장 페이스북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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