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에 검사 소개 도의적 책임”
朴, 포르쉐 무상 렌트 부인했지만
수사 시작되자 뒤늦게 비용 지급
‘국정농단’ 박근혜 등 30명 기소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등
남은 재판 공소유지 차질 불가피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석연치 않게 제공받은 의혹 등에 휩싸이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2016년 12월 21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개명 최서원)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을 이끌며 국민적 지지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사기꾼’과 부적절하게 엮이면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박 특검은 7일 ‘사직의 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더는 특검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표를 제출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 외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차후 해명하겠다”며 “다만 이런 상황에서 특별검사로서 그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논란이 된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모 부장검사에게 소개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 특검은 “수많은 난관에도 지난 4년7개월간 혼신 힘을 다해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게 노력했다”며 “이 같은 일로 중도 퇴직하게 돼 아쉬운 마음 금할 길이 없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지난 4일 언론보도로 ‘포르쉐 렌트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사퇴한 것이다.
박 특검은 경북 포항지역의 유력 수산업자를 가장한 김모(43·구속)씨로부터 고가의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빌려 타고, 명절에 대게와 과메기를 선물로 받은 것으로 확인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박 특검은 김씨에게 포르쉐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할 즈음에서야 뒤늦게 현금으로 이모 변호사를 통해 렌트비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키웠다.
이 변호사는 박 특검이 김씨에게 법률자문 변호사로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의 소개로 김씨와 친분관계를 맺은 이 부장검사는 김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박 특검의 입건 여부도 검토하고 있지만 차량 렌트비가 지급됐고 명절 선물도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어서 입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이 추천했던 양재식·이용복 특검보도 이날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박 특검은 “특검 조직을 재편할 필요가 있고, 특검 궐위 시 특검보가 재판 등 소송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관련해 일부 남아있는 재판의 공소 유지에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특검팀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불린 최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모두 30명을 기소했다.
박 특검은 “향후 후임으로 임명될 특검이 남은 국정농단 재판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인수인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국정농단 사건의 남은 공소 유지를 담당할 새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국정농단 특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특검이 사퇴서를 제출하는 경우 지체 없이 이를 국회에 통보하고 임명 절차에 따라 후임 검사를 임명하게 돼 있다.
후임 특검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파기환송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3심의 공소 유지를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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