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서 진화 다이어트약까지
검색 한번에 업자와 손쉽게 접촉
적발 쉽지 않고 관련 통계도 전무
“청소년에 노출 안 되게 대책 시급”
“요즘은 아이들이 부모보다 인터넷에 더 익숙한데… 혹여나 우리 아이도 제가 모르는 곳에서 유해한 정보를 접하고 혹할까봐 걱정돼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0)씨는 최근 지인의 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약성 다이어트 보조제를 수십만원어치 샀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이 용돈을 모아뒀던 수십만원을 순식간에 써버려 추궁해 보니 트위터 ‘댈구(대리구매)’ 계정을 통해 다이어트 보조제를 샀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문제는 해당 약품이 향정신성의약품인 펜타민 성분이 포함돼 의사 처방 없이는 살 수 없고, 17세 미만은 아예 복용할 수 없는 마약성 식욕억제제였다는 점이다. 김씨는 “대리구매업자가 ‘집으로 보내면 부모에게 들키니 집이 아닌 편의점 수령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하는 등 치밀하게 방법까지 제시해가며 아이를 안심시켰다더라”라고 말했다.
SNS에서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들을 노린 대리구매 계정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에게 수수료를 받고 유해 물품을 대신 구매해 주는 글이 아무런 제재 없이 게재돼 있는 것이다. 과거 이 같은 대리구매는 술·담배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마약성 식욕억제제와 성인용품까지 확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등학생’, ‘미성년자’, ‘댈구’ 등의 단어를 검색해 보니 대리구매 계정과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성인용품도 주변에 들키지 않고 구매가 가능하다”, “확실히 구매해 주겠다”며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비대면 활동이 늘고 청소년들의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대리구매도 더욱 성행하는 모양새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접속시간이 늘면서 대리구매 정보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계정에 대한 관리와 단속이 헐겁다는 점이다.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게 유해 약물 등을 대리구매해 제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 적발 사례는 많지 않다. 구체적인 통계도 없어 이 같은 미성년자 불법 대리구매 범죄가 연간 얼마나 적발됐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경찰과 지자체는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개인 간 거래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리구매 계정 노출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한 예방교육 위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 역시 “제보가 있지 않은 한 실제 검거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후적발이 어려운 만큼 플랫폼 차원의 예방이 중요하지만, 관련 제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인터넷 윤리정책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 대상 유해물품 대리구매 관련 모니터링은 따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인터넷 사업자에게 예방 의무를 부여하는 식의 방안도 아직은 논의 중인 게 없다”고 밝혔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범죄는 아날로그식으로 일일이 주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리구매 글이 아예 청소년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스크리닝(여과)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성년자 유해 물품 대리구매 신종 범죄기법은 계속 생겨나는데 범죄 대응기술 발전 속도는 크게 뒤처진다”며 “범죄가 기술을 이용해 발전한다면 범죄 대응방안 역시 기술을 적극 활용해 발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큰 정치인’ 고노 요헤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12/128/20260612500224.jpg
)
![[기자가만난세상] 아이 낳기 ‘더’ 좋은 나라 되려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7/03/128/20250703518632.jpg
)
![[세계와우리] 비핵화 밀어낸 북·중 정상회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22/128/20260122518803.jpg
)
![[김양진의 선견지명] 기지市 이야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28/128/2026052851935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