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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연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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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04 22:51:05 수정 : 2021-07-04 22: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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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는 범죄인과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근대 이전의 사법제도다. 조선 시대까지 엄격히 적용되던 연좌제는 1894년 갑오개혁 때 “죄인 본인 외 연좌 형률 일절 금지”라는 칙령이 선포되며 사실상 폐기됐다. 헌법 13조 3항에도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연좌제 금지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많은 연좌제의 피해자를 만들었다. 1970, 80년대만 해도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이 6·25 때 월북했다는 이유로 공직 진출이 좌절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사상범이라는 이유로 여권 발급이 거부된 경우도 있었다. 이른바 ‘신원조회’에서 꼬투리가 잡히면 개인의 운명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치권에서는 빈번히 정쟁의 소재로 등장한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좌익 활동 경력으로 연좌제 공격을 받았다. 당시 경쟁 후보 진영에서 ‘색깔론’까지 꺼내 들며 노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몰아 세웠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제 장인은)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다”며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하느냐”고 응수했다. 또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계속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외쳤다. 이 연설로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 냈고, 상대 진영의 공세도 무력화시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연좌하지 않는 나라”라고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는 노 전 대통령 사례를 꺼내 들었다. 노 전 대통령 장인의 경우와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노 전 대통령 장인 문제가 수십 년 전 과거의 일이라면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칫하면 윤 전 총장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처럼 깔끔하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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