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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에 그 아들… 주한미군의 ‘용감한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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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4 16:00:00 수정 : 2021-06-24 16: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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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겨 늦게 입대한 아버지는 탄약 담당 하사
아버지 보며 군인 결심한 아들은 군종 담당 상병
나란히 주한미군에 복무 중인 아버지 게일런 피터슨 육군 하사(왼쪽)와 아들 저스틴 피터슨 상병. 미국 육군 홈페이지

주한미군에서 나란히 복무 중인 미국인 부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좀 늦은 나이에 입대한 아버지는 하사,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보며 군인의 꿈을 키운 아들은 상병이다. 대(代)를 이어 한국 방위에 헌신하는 이들이야말로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이란 찬사가 절로 나온다.

 

24일 미 육군에 따르면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 제8군의 보급 등을 지원하는 제19지원사령부 소속 게일런 피터슨 하사와 저스틴 피터슨 상병은 부자 사이다. 플로리다주(州)에서 학창시절과 20∼30대 젊은이의 삶을 보낸 게일런은 평소 변화를 갈구하던 중 군 입대를 고심하게 됐다. 당시 이미 마흔을 넘긴 게일런은 ‘나는 군인이 되기엔 너무 늙었어’라고 생각하며 포기하려 했지만 육군 모병소 측은 “아직 기회가 있다”며 그를 설득했다. 결국 2009년 게일런은 42세의 나이에 신병훈련을 받고 군복을 입었다. 탄약 관리·보급이 그의 임무가 되었다.

 

아들 저스틴은 아버지와 달리 일찌감치 군인의 길을 결심했다. 게일런은 입대 후 얼마 안 돼 해외근무 명령을 받았고 독일의 주독미군에 배치됐다. 그때 아버지와 동행한 저스틴의 나이 11살이었다. 육군 군복을 입은 자신의 늠름한 모습을 그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저스틴은 2018년 갓 20살이 되자마자 육군 신병훈련소로 떠났다.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고양시키는 ‘군종’ 병과가 그에게 주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부자는 차례로 주한미군 근무 명령을 받았다. 몇 개월 먼저 한국에 온 아버지 게일런이 19지원사령부가 있는 대구 캠프 헨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아들 저스틴도 한국에 도착했다. 저스틴은 입국과 동시에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바야흐로 연말이었다. 이 기간 게일런은 수시로 차를 몰고 평택으로 이동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엄수해가며 저스틴에게 필요한 생필품 등을 건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저는 아들과 함께 캠프 험프리스 자가격리 시설에서 지냈습니다. 자가격리 기간 중 아들한테 면회를 올 사람이 저 말고 누가 또 있겠어요. 주말마다 꼭 차를 몰고 가서 면회하고 생필품이 있는지 확인했죠.”(아버지 게일런)

 

현재도 아버지 게일런은 캠프 헨리, 아들 저스틴은 캠프 험프리스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대구와 평택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래서 부자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서로 얼굴을 본다. 한국에 오기 전까진 전혀 몰랐던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바로 자전거 타기다. 부자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강변을 질주하는 모습에 ‘다정한 친구인가 보다’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부자의 한국 생활은 앞으로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먼저 한국에 온 아버지 게일런이 주한미군 근무 연장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한미군의 부사관들을 상대로 리더십 등을 가르치는 학교의 강사가 되길 희망한다.

 

“저는 아버지가 훌륭한 강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저를 만드신 분이 바로 아버지이니까요. 이제 저는 아버지가 미래의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아들 저스틴)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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