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추출물 주목해 모든 성분 파헤쳐
피부 노화방지·미백 등 세부작용 밝혀
국내 첫 화장품연구소 세워 제품 개발
10초에 1개 팔리는 ‘스테디셀러’ 등극
한방에 과학 접목한 차별화된 스토리
美·中 등 13개국 진출 독보적 입지 구축

‘10초에 1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雪花秀) 제품이 전 세계에서 팔리는 속도다. 인삼을 이용한 첫 화장품으로 출시된 지 50여년 만에 설화수는 유행에 민감한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설화수는 전통과 현대 과학의 결합,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K뷰티를 이끌고 있다.
◆인삼크림에서 설화수까지
설화수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창립자 서성환 회장은 사업 시찰을 위해 프랑스의 대표적인 향수 산지 그라스를 찾았다. 그라스에는 프랑스의 경제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향수의 원료가 되는 꽃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깐깐한 상인과 뛰어난 인삼 재배지로 유명한 개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서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식물인 인삼을 떠올렸다. ‘몸에 좋은 인삼을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설화수가 시작됐다.
인삼은 한국의 일상에서 익숙한 소재이지만 인삼을 피부에 바른다는 생각은 혁신적이었다.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으로서의 인삼 연구는 전무했다. 한방과학연구센터의 모태가 된 당시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은 인삼의 모든 부위에서 나오는 모든 추출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거듭해 1960년대에 인삼 성분이 들어간 설화수 브랜드의 모태가 되는 ABC 인삼크림을 출시했다. 이어 1972년 인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1974년 사포닌을 화장품 제형 안에 안정화시켜 처음으로 상품화한 진생삼미 크림을 출시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인삼 사포닌에 대한 심층 연구가 이루어지며 피부에 구체적인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 피부 미백에 도움이 되는 성분, 피부 방어력을 높이는 성분 등에 대한 연구 끝에 피부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사포닌인 진세노믹스가 탄생했다.
1997년 출시된 윤조에센스는 세안 후 가장 첫 단계에 바르는 한방 부스팅 에센스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전 세계 여성들의 피부 관리 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국내 화장품 중 최초로 단일 제품 판매 누적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17년 2조원,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 세계 고객이 10초마다 1개씩 구매한 꼴이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국 영부인들에게 선물로도 증정됐다.
◆한방과 과학이 만난 한방과학연구센터
아모레퍼시픽은 한국 최초로 화장품 연구소를 만들었고 1960년대부터 인삼 연구를 시작했다. 동양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화장품에 도입하기 위한 도전과 혁신은 ‘한방과학연구센터(SHSC)’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방과학연구센터에서는 고려 인삼 심화 연구를 하고 있다. 별도로 인삼을 키우는 밭인 시험포에서 인삼의 재배환경, 인삼 재배법, 품종 등 식물학적 연구를 진행한다. 줄기 배양, 수경 재배, 바이오 컨버전 등 농업과 식물학의 최신 경향도 적극적으로 응용해 인삼 연구에 활용한다. 인삼의 품종부터 재배 관리, 인삼 추출물 등의 연구는 한방과학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독보적인 연구들이다. 이는 인삼에 함유된 핵심 성분 사포닌이 어떤 기술력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실제 효능에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양한 한방 소재의 효능 연구도 진행된다. 고서에 나오는 한방 소재를 두루 연구해 좋은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그 성분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한방과학연구센터가 그동안 연구해 온 식물 조합은 3912종이다.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로 피부에 작용하는 효능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한방 이론 현대화 연구도 진행된다.
한방과학연구센터에는 피부, 한방 전문가 50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인삼의 뿌리부터 꽃잎까지 모든 추출물을 연구하고 인삼밭을 매일 다니며 인삼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기록한다.

◆2004년부터 전 세계 13개국에 진출
설화수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격전지인 홍콩에 2004년 진출하며 세계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현재 중국,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미국, 캐나다 그리고 2020년 인도와 호주까지 전 세계 13개 국가와 지역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설화수는 홍콩 내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몽콕, 침사추이, 코즈웨이베이, 센트럴, 애드미럴티 등 주요 지역 매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스파 서비스 등 다양한 뷰티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고 홍콩에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까지 꼭 구매해야 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동양의 지혜를 현대 과학으로 재해석해 시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설화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는 북미 고객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진출 당시 미국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굿맨에서는 매장 디자인에 설화수 브랜드 고유의 매화꽃살 무늬나 설화수 로고 등을 매장 전면에 내세울 수 있도록 이례적인 배려를 받으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2020년 상반기에는 미국 전역에 46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뷰티 유통사 세포라의 미국 주요 도시 매장과 세포라닷컴에 새로 입점했다. 캐나다의 럭셔리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에도 브랜드 매장이 입점돼 있다.
중국 내 설화수의 위상은 여느 글로벌 뷰티 브랜드와 비교해도 독보적이다. 2011년 3월 중국에 첫 진출했고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베이징을 대표하는 명품백화점 신광천지를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최고급 백화점 149개 매장에 입점돼 있다. 중국 언론사 인민망이 2014년부터 발표해오고 있는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조사에서 설화수는 2017년까지 4년 연속 한방화장품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밖에 2012년에는 대만과 태국, 싱가포르에, 2013년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매장을 열었다. 2020년에는 호주와 인도 시장에도 진출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가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로 위상을 드높이며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제품은 물론, 제품에 담겨 있는 브랜드의 철학과 지향하는 가치가 소비자들과 공명했기 때문”이라며 “혁신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고유의 뷰티 철학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로서 인식을 넓혀 가고 있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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