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尹수사' 왜 지금?…"안하면 직무유기" vs "오해 살만해"

입력 : 2021-06-11 12:27:13 수정 : 2021-06-11 12:27: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혐의 수사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9개월 남은 시점에 야권 유력 대권주자가 고발된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파장이 있을지라도 고발된 사건을 검토하고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에 '입건'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검사 수사 방해 사건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사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전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3월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검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조남관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검 차장검사)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 전 총장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한 배경, 임은정 검사를 이 사건 수사·기소 직무에서 배제한 배경 등이 직권남용 의혹의 핵심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관련해 2019년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김유철 형사7부장과 이두봉 1차장검사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전 총장까지 고발했다.

 

공수처는 3개월가량 이 두 고발사건을 검토한 끝에 지난 4일 입건하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사실을 사세행 측에도 통지했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9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자마자 칼을 겨눴다는 것이다. 나아가 소환조사와 야권 후보 경선 시기가 맞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선거 개입 논란이 일 수 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공수처법에 정치적 중립 의무가 들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볼 때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 고발사건은 수표 사본까지 언론에 공개된 명백한 비자금 사건이었음에도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이번 수사는 그것과는 비교할 때 수사 거리가 되나 싶을 정도"라며 "정치수사라고 보는데 정말 꼭 해야 한다고 하면 대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혐의 유무를 떠나서 경선 국면 등에서 출석 여부가 계속 시비거리가 될 수도 있다"라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 공세 소재가 될 거다. 이는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수사 착수 시점에 논란이 없진 않지만 공수처가 할 일을 한 거라고 의견이 모아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000건 넘는 고소·고발 사건 중에서 이 사건을 우선적으로 입건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어쨌든 고발장이 들어왔으니까 입건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입건하지 않으면 이 또한 공정성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더 지나서 입건하면 더 큰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까 서둘러 입건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발이 들어왔으니 수사에 착수한 거로 본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워낙 유명해서 입건 자체까지 부각되는 건데 이 자체가 당장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당장 큰 의미를 두기보단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수처가 윤석열 고발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그냥 갖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이상하게 보여질 것"이라며 "사건번호를 붙이는 문제는 아주 터무니없는 경우 아니면 안 붙이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 두 사건은 고발장 접수 3개월이 지났으니까 수사할 때가 됐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수사 단서가 나오면 수사하는 게 맞다. 왜 정치적 문법으로 해석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특정 수사를 부실하게 했거나 못 하게 했다는 의혹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증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 사건 착수 배경에 대한 입장 표명을 언제할지도 주목된다. 17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검사 추가 선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가 개최되는데 이 회의를 계기로 배경 설명이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